산적한 현안, 소통 채널 공백의 실비용
[표지: 나노바나나로 글의 핵심을 이미지로 생성]
❚ 중·일은 신속 임명, 한국만 차석 대리 체제 — 동맹 서열 추락의 가시화
❚ 관세·핵잠수함·이란 전쟁 지원·쿠팡 301조까지, 공백의 실비용이 폭발한다
❚ 트럼프가 지체하는 이유 — 다섯 개의 층위
❚ '돈·피·가치' — 트럼프 동맹의 세 바퀴, 한국은 셋 다 위기
❚ 친중 굴종·사법 장악·선거 검증 거부 — 트럼프가 가장 혐오하는 것들을 이재명 정권이 하고 있다
2026년 3월 현재, 서울 주재 미국대사관에는 대사가 없다.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2025년 1월 이임한 이후 대리 체제가 1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케빈 김 대사대리마저 70여 일 만에 크리스마스 휴가를 빌미로 본국으로 떠난 뒤, 지금은 제임스 헬러 차석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공식 대사 지명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상원 인준 절차를 감안하면 역대 최장 공백 기록인 18개월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이 공석은 단순한 인사 지체가 아니다. 한미동맹 재평가와 이재명 정권에 대한 트럼프의 전략적 메시지가 중첩된 복합 신호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핵심 국가들 중 중국과 일본에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대사를 임명해 공식 채널을 정비했다. 한국만 14개월 넘게 공석이다. 이 차별은 숫자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루 여 선임연구원은 "가까운 동맹국에 대사를 지명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고,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잘못된 신호를 받을 수 있다"며 안보 함의를 경고했다.
주목할 것은 대리 체제의 급(Grade) 하향이다. 케빈 김 대사대리도 정식 대사가 아닌 임시 대리였는데, 그마저 떠난 뒤 주한미대사관은 차석(DCM)인 헬러가 운영하는 구조로 격이 한층 낮아졌다. 워싱턴이 서울을 '정상적인 외교 파트너'로 대우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트럼프 1기 때도 해리 해리스 대사 부임까지 17개월이 걸렸으나, 당시는 인사 검증 지연이 주된 원인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이재명 정권의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동맹 조건을 재설정하는 전략적 관망이 핵심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석의 대가는 추상적이지 않다. 관세, 대미투자특별법, 핵잠수함,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방위비 분담, 북핵 공조까지 — 모두 최고위 채널이 필요한 현안들이다.
트럼프가 2026년 1월 관세 인상 발언을 돌발적으로 내놓았을 때, 국민의힘 김석기 외교통일위원장은 "밴스 부통령과 핫라인을 구축했다고 자화자찬하더니, 단 하루 만에 먹통이 된 것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최고위 외교 채널이 막혀있을 때 한국이 얼마나 무력해지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26년 2월 28일(현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정세는 전면전 국면으로 전환됐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70%, LNG의 4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며 이 물량의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유가 100달러 돌파 위기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에게 물자·의료·군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상 협의 의무가 발동되는 시점이지만, 대사 공백으로 고위급 협의 채널 자체가 막혀있다. 미국산 LNG와 원유 구매 확대를 포함한 에너지 안보 '고위급 딜'에서도 한국은 소외되는 형국이다.
설상가상으로 쿠팡 사태가 한미 통상 갈등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에 강력한 처벌과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라"고 촉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영업정지를 암시하자,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의 행위를 '차별적 대우'로 규정하며 USTR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청원했다.
2026년 2월 23일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는 미 하원 법사위에 소환돼 7시간 비공개 증언을 했다. 법사위 대변인은 "공개 청문회나 입법 조치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다"고 밝혔다. 강경화 주미대사조차 "무역법 301조 조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을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며, 입법 강행 시 무역법 301조 대응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공식 경고했다.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상호관세가 막히자 트럼프 행정부가 301조를 새로운 관세 도구로 활용하려는 상황에서, 쿠팡 사태는 한국을 표적 조사의 최우선 대상으로 끌어올리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
대사가 있었다면 사전에 중재되었을 이 갈등이, 공석 14개월 동안 방치되다 통상 전쟁의 도화선으로 진화했다.
후보군으로는 한국계 전 공화당 하원의원 미셸 박 스틸, 트럼프 1기 NSC 아시아 담당 앨리슨 후커, 그리고 트럼프 1기 국제형사사법 대사를 지낸 모스 탄(단현명) 교수가 거론됐으나 2026년 3월 현재 공식 지명은 전무하다.
주목할 것은 모스 탄 교수의 상징성이다. 그는 한국 선거 공정성에 원칙적 문제 제기를 해온 법학자·인권 전문가다. 그가 후보로 부각됐다가 사라진 것은 단순한 인사 검증의 결과가 아니다. 미국 보수 진영이 한국 대사 후보에게 어떤 잣대를 들이대는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해석된다.
선거 검증 의지, 법치 존중, 친미 성향이 그 조건이다. 이재명 정권 하에서 그 조건을 충족할 인물을 찾는 것 자체가 트럼프 행정부에는 쉽지 않은 과제다.
임명 지연의 배경은 단일 원인이 아닌 다층 구조다. 첫째는 트럼프 특유의 관료 불신이다. 전 세계 195개 대사직 중 약 80개를 공석으로 두며 충성파를 앉히는 작업을 진행 중이고, 한국도 그 대상이다.
둘째는 2026년 11월 중간선거다. 방위비 분담·대미투자 타결과 대사 임명을 묶어 외교 성과로 포장하는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가 가장 본질적인 이유다. 이재명 정권에 대한 전략적 불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트럼프와의 첫 전화 통화를 2일 지연했고, 방중 시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고 공식 표명했다. 한미일 공중훈련 불참,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 추진, 구글 고정밀 지도 반출 허가까지 — 친중 신호가 반복적으로 축적됐다. 미국 보수 진영은 이재명 정권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닌 '관리 대상 리스크'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넷째는 거래적 협상 카드화다. 트럼프에게 대사 임명은 관계 정상화의 선물이 아니라 협상 타결 이후 제공하는 보상에 가깝다. 3,500억 달러 대미투자 입법이 완료되고, 방위비 재협상이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타결될 때 비로소 대사 임명 카드를 꺼낼 구도다.
다섯째는 이재명 정권의 법치 파괴와 선거 불투명성이다. 트럼프는 선거 사기와 법치 파괴를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정치인이다. 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으로 사법부를 장악하고, 선관위 서버 독립 감사를 계속 거부하는 이재명 정권의 행태는 트럼프 진영이 결코 용납하지 않는 민주주의 역행의 전형이다. 미국은 현재 부정선거와 전쟁 중이고 베네수엘라, 이란 모두 부정선거와 관련이 있으며, 트럼프는 중국이 부정선거 개입 국가로 공식 언급 했다.
트럼프에게 동맹은 세 개의 바퀴로 굴러간다. 돈(거래·방위비·투자), 피(전쟁 지원·안보 기여), 가치(투명한 민주주의)다. 지금 한국은 이 세 바퀴 모두에서 적신호가 켜졌다.
돈의 바퀴 — 3,500억 달러 대미투자 약속은 법적 구속력 없는 MOU에 묶여 입법이 지연됐고, 쿠팡 사태로 무역법 301조가 발동되면 한국 수출길을 막는 보복 관세 폭탄이 현실화될 수 있다.
피의 바퀴 — 이란 전쟁으로 동맹 지원 요청이 현실화됐지만 한국은 채널 공백으로 협의조차 제때 하지 못하고 있고, 한미일 군사훈련에서는 스스로 이탈했다.
가치의 바퀴 — 사법부를 3중으로 장악하고, 선거 검증을 막으며, 미국 기업을 정치적 표적 삼는 행태는 미국이 '자유 진영 동맹'에 부여하는 최소한의 가치 조건도 충족하지 못한다.
주한미국대사의 공석은 단순히 의자가 비어있는 것이 아니다. 한미동맹의 엔진이 공회전 상태에 빠졌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지금 한국이 '자유의 보루'인지, '대륙의 입구'인지를 행동으로 증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사 공석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원인은 이재명 정권이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동맹의 자격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공백이 18개월을 넘기는 역대 최장 기록으로 갱신될수록, 이란 전쟁 지원, 쿠팡·301조 보복 관세 방어, 핵잠수함 협상, 방위비 분담 모든 현안에서 한국의 협상력은 구조적으로 약화된다.
신뢰 회복의 경로는 명확하다. 선관위 서버에 대한 국정원·민간 전문가 공동 기술 감사를 즉시 추진하고 결과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2009년 "일반 시민이 검증할 수 없는 전자투표는 위헌"이라고 결정한 원칙처럼, 자진 검증만이 외부 수사로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는다.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 추진을 중단하고 한미일 3국 군사훈련에 복귀해야 한다. 대미투자특별법을 조속히 입법하고, 쿠팡 사태에서 '미국 기업 표적 처벌'로 읽히는 행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공석 해소를 위해 한국 정부가 먼저 내밀어야 할 것은 요청서가 아니라 신뢰의 증거다. 트럼프는 말이 아닌 행동을 본다. 한미동맹의 엔진이 공회전을 멈추려면, 이재명 정권이 먼저 방향을 확실하게 틀어야 한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참고자료
· YTN 홍선기, "1년 넘긴 주한미국대사 공석...소통 차질 우려" (2026.2.1)
· 뉴스1, "상호관세 막히자 '301조' 꺼낸 트럼프…쿠팡 사태 3월 7일 조사 분수령" (2026.3.1)
· 머니투데이, "로저스 쿠팡 대표, 미 하원 비공개 7시간 증언" (2026.2.24)
· 헤럴드경제, "CCIA, 온플법 301조 대응 정당화 경고" (2026.3.4)
· 강경화 주미대사 특파원 간담회 "301조 조사 가능성 배제 못해" (2026.2.25)
· 브루킹스연구소 앤드루 여, 헤리티지재단 브루스 클링너 분석 발언
· 조현 외교부 장관 국회 발언 (2026.1.29), 김석기 외통위원장 발언 (2026.1.27)
· 미 국무부 존 밀스 차관보 내셔널프레스클럽 발언 (2025.6)
· 프로젝트 지식창고 「이재명 정권 종합분석보고서 2026」
·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전자투표 위헌 결정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