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총질 보수는 팬덤과 기득권 싸움에 매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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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羅·韓 깨시연 공방― 팬덤정치의 덫, 보수도 예외가 없다
▸ 깨시연 공방은 세 대결의 표면, 보수는 이미 팬덤의 덫에 걸렸다
▸ 좌파 팬덤·입법 연합의 장기집권 설계, 보수 내전이 길을 열어준다
▸ 경선 제도·시민 교육·정책 연대, 세 축의 쇄신이 유일한 출구다
나경원 의원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지지 기반을 '깨어있는 시민연대당(깨시연)'으로 규정하며 포문을 열었다.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터져 나온 이 공방은 단순한 허위사실 유포 논쟁을 넘어선다.
보수의 가치와 철학이 사라진 자리에 '누가 더 센 팬덤을 가졌느냐'는 저열한 세(勢) 대결만 남았음을 방증한다. 좌파 세력이 입법 권력을 기반으로 장기집권 시나리오를 가동하는 사이, 보수는 내부총질로 스스로 침몰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한동훈 전 대표의 잠실 체육관 토크콘서트(2026년 2월)와 고양 킨텍스 행사에 깨시연 출신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깨시연 TV 유튜브 채널이 한동훈 행사를 집중 홍보하고 '우리는 한동훈과 함께 갑니다' 영상을 다수 게시했다는 것이 근거다.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즉각 반박했다. '자발적 시민 모임이며 깨시연과의 연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깨시연 TV가 행사 홍보 채널로 활용된 정황은 있으나, 이를 조직적 동원으로 단정할 객관적 자료는 현시점에서 부족하다. 진위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사실관계 확인은 독자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나경원·한동훈·장동혁 지도부 사이의 갈등은 좌파 팬덤과 입법 장기집권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논쟁이 아니라, 차기 공천과 당권을 둘러싼 내전 양상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분열을 가속화하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논란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더 심각한 지점은 한동훈 전 대표의 행보다. 야권의 헌정 질서 파괴와 사법 방해에 맞서 보수의 전사가 되어야 할 시점에, 당내 비판 세력을 향해서만 날을 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그가 대여(對與) 투쟁의 동력보다는 '한동훈이라는 브랜드'를 보수 진영 내 확고한 기득권으로 안착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 63 조기대선 경선에서 탈락하자 마지못해 돕는 시늉만 하여 비판받아 왔다. 보수의 중요한 가치인 자기희생 없이 나라를 위한 큰(대의) 정치가 아닌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전대표는 나경원의 깨시연 지적에 대해서는 '명백한 허위사실, 좌파몰이'라고 즉각 반격하면서도,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박탈 시도와 사법 장악 책동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는 평가가 보수 진영 안에서도 나온다.
법치주의의 상징과도 같았던 인물이 정작 법치를 무너뜨리는 야권의 폭주에 무기력하다면, 그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한동훈 측은 이러한 평가를 정치 공세로 일축한다.
보수가 좌파의 팬덤 정치를 비난하면서도 더 강력한 팬덤을 구축해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면, 그것은 보수의 자멸이다. 대여 투쟁 대신 대내 권력 싸움에 에너지를 소진하는 동안, 민주당 팬덤·입법 연합에 대한 구조적 대응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깨어있는 시민연대당(깨시연)은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창당된 소규모 비례 위성정당이다. 친이낙연·친문 성향의 지지자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활용해 '개혁 수호'를 내걸고 출발했으나, 2022년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지지를 선언하며 보수 진영으로 이동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2023년 기준)에 따르면 당원 수는 6,490명, 당비 납부자는 35명에 불과했으며, 2024년 총선 불참으로 정당법상 등록이 취소되어 공식 해산됐다.
그러나 잔여 지지 세력은 SNS와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며 현재의 논란을 낳고 있다. 깨시연의 이념적 여정은 명확한 신념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결집의 동력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단체가 다시 주목받는 것은, 이념적 일관성보다 반감과 정서 중심으로 결집하는 팬덤이 언제든 진영을 바꿀 수 있다는 한국 정치의 민낯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한국 팬덤정치의 기원은 2000년대 초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탄핵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정치 동원의 가능성을 처음 증명했다. 이후 박사모, 문빠를 거쳐 이재명 팬덤인 '개딸(개혁의 딸)'은 문자폭탄과 트럭 시위로 민주당 내 비판 세력을 압박하는 최강의 팬덤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진중권 전 교수는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에서 진보의 팬덤 정치를 '정치의 마케팅화와 팬덤의 종족화'로 진단한다. 정당이 팬덤을 소비자로 전락시키고, 팬덤은 비판을 배신으로 규정하며 집단 동질성을 강화하는 메커니즘이다. 이 구조는 당헌·당규 개정과 온라인 당원 중심 경선 규칙을 통해 팬덤 충성도가 공천의 핵심 기준이 되는 방향으로 제도화된다. 대의민주주의의 숙의(熟議) 기능이 감정적 결집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이재명 팬덤 ‘개딸’은 한국 팬덤 정치의 최신 진화형이다. 2030 여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집단은 ‘검찰 독재 타도’를 기치로 민주당 의원들에게 집단 문자를 발송하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재명 전 대표 사법 처리에 찬성한 당내 의원들에게 욕설 문자와 탈당 압박을 가한 이른바 ‘가결파 색출’이 대표적 사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결말을 ‘검찰 박해’로 규정한 한풀이 정서가 수십 년간 쌓인 검찰 개혁 요구와 결합하면서,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한 사법 체계 무력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감정적 팬덤 압박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법치 설계를 왜곡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공소취소 거래’ 의혹은 그 전형이다. 친여 성향 방송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재명 대통령 관련 형사 재판의 공소 취소를 조건으로 검찰개혁 법안, 특히 공소청 보완수사권 유지 문제를 두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여권은 “황당한 음모론”이라며 부인하고, 야권은 특검을 요구하는 정면충돌 국면으로 번졌다.
이 배경에는 검찰의 수사권 배제 등을 포함해 사실상 완전한 해체를 요구하는 좌파 팬덤과,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려는 이른바 ‘뉴이재명계’의 이해가 충돌하는 갈등 구도가 깔려 있다. 팬덤 여론에 기대 ‘대통령 사건’ 자체를 입법 흥정의 매개로 삼는 발상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사법권 독립과 권력 분립의 최소한의 금도마저 위협하는 위험한 신호다.
보수는 지금 진보 진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검사 직접수사권 폐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노조 회계공시 무력화 시도 등 일련의 입법 행보는 단순한 팬덤 압박의 결과물이 아니다. 이 법안들은 사법·언론·노동 권력을 정파적으로 재편하는 구조 설계의 일환이다.
지방선거 후 당권을 누가 잡느냐는 헤게모니 투쟁이 이 배경에서 전개되고 있다. 지자체 권력과 공천권을 장악한 쪽이 차기 총선·대선 공천 룰을 주도하고, 이는 '입법·행정 장기집권 설계'와 직결된다. 지방자치 단체장들을 통해 이권 사업을 만들고, 그 자금이 다음 총선으로 순환되는 구조가 완성되면 선거에서 한두 번 패하더라도 구조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권력 블록이 가능해진다는 경고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팬덤 정치가 초래하는 정책 불확실성의 경제적 비용 역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법인세, 부동산, 에너지 정책이 팬덤의 여론 압박에 따라 급변한다면, 기업의 투자 계획과 가계의 자산 전략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적 예산 경쟁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고, 이는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서민 경제에 직격탄이 된다.
이들 세력은 진영 논리에 갇혀 있으며, 필요하다면 친중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2017년 미군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일부를 한국에 배치할 당시에는 중국이 반대하자 좌파 팬덤들이 몰려가 반대 시위를 벌였지만, 최근 이란 전쟁 여파로 사드를 중동으로 반출하려 하자 이번에는 ‘한반도 방어’를 이유로 또다시 반대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팬덤정치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트럼프 MAGA 운동, 브라질 보우소나루 지지층, 헝가리 오르반의 민족주의 팬덤이 모두 유사한 구조를 공유한다. 정책보다 인물 중심으로 결집하고, 사실보다 서사를 소비하며, 비판자를 적으로 규정하는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 MAGA는 2020년 선거 불복 음모론으로 2021년 의회 난입 사태를 낳았으나, 트럼프 2기 현재 부정선거 실체는 FBI 등 수사, 관련자 고백 등으로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브라질에서도 보우소나루 지지층이 2023년 의사당을 습격했다.
한국과의 차이도 있다. 서구의 팬덤은 경제적 소외와 이념적 노선이 결합된 형태인 반면, 한국의 팬덤은 깨시연 사례처럼 이념 없이 반감만으로 결집하거나 지도자의 노선 변화에 따라 팬덤 자체가 방향을 트는 특수성이 강하다.
여기에 더해 한국의 팬덤이 강력한 입법 권력과 결합할 경우, 헝가리·브라질보다 더 위험한 형태의 입법 독주·사법 장악으로 발전할 수 있다. Cambridge University Press(2023)의 포퓰리즘 국제 비교 연구도 팬덤의 이념 공백과 제도 권력의 결합을 가장 위험한 조합으로 분류한다.
팬덤정치의 덫에서 벗어나는 길은 세 축의 동시 추진을 요구한다. 첫째, 보수 지도부의 자기 쇄신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팬덤 뒤에 숨어 보수권 내 권력 투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법치 파괴에 맞선 구체적 대안 제시와 대여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 한동훈 내전으로 표상되는 내부총질은 이재명 세력의 집권 길을 닦아주는 적대적 공생일 뿐이다. 진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 한다면 처절하게 낮은 자세로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야 미래가 있다.
둘째, 경선 제도의 구조적 개혁이다. 온라인 당원·팬덤에 유리하게 설계된 경선 규칙을 손봐야 한다. 온라인 당원 자격 요건 강화, 국민 여론조사 반영 비율 확대, 소액 다수 후원 유도를 통한 정치자금 다변화가 구체적 출발점이다. 팬덤 충성도가 아닌 정책 역량이 공천의 기준이 될 때, 정당은 비로소 정책 경쟁의 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셋째, 시민 교육 인프라 구축이다. 독일은 정치교육원(Bundeszentrale für politische Bildung)을 통해 유권자의 비판적 미디어 읽기 능력을 체계적으로 훈련시킨다. 한국도 청소년기부터 감정이 아닌 정책으로 정치를 판단하는 역량을 키우는 공교육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좌파 팬덤과 장기집권 설계를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보수 진영이 팬덤정치의 유혹을 끊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에 근거한 대안 세력으로 스스로를 재구성하지 못하면, 한국 정치는 팬덤 간 내전과 제도 파괴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리더를 우상화하는 팬덤이 아니라, 정책의 실효성을 따지고 법치 파괴에 분노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시민이 깨어나는 만큼, 보수가 스스로 각성하는 만큼 나라 수준도 높아진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참고자료
[언론 보도]
- 나경원 페이스북, 한동훈 대중 동원 뿌리 발언, 2026년 3월 12일
- MBN·SBS 라디오 김근식 교수 발언 보도, 2026년 3월
- 다음 뉴스, 깨시연·한동훈 관련 논란, https://v.daum.net/v/GJ1dzbiPgU
[정당 및 단체 자료]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깨어있는 시민연대당 당원 현황, 2023년
- 깨시연 TV 유튜브 채널, 한동훈 토크콘서트 홍보 영상, 2026년 2월
[학술 및 해외 자료]
- Cambridge University Press, 포퓰리즘과 팬덤정치의 국제 비교, 2023
- Bundeszentrale fuer politische Bildung (독일 정치교육원), 시민교육 사례, 2024
- Politico, 브라질 팬덤정치와 의사당 습격,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