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와 금강천 등 항미원조 미화 영화, 한국이 얼마나 만만하길래….
이 글은 2021.10.05. 필자명의 칼럼으로 FN Today에 게재되었다.
http://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4626
중국은 태생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통일된 국가를 장기간 지속하기 힘들다. 중국은 56개 소수민족이 모여 만든 연방체 국가와 유사하다.
중국은 한족 외에 조선족 등 55개의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졌다. 인구가 비교적 많은 좡족(광시)과 후이족(닝샤) 등 5개 소수 민족자치구가 있다. 위구르족(신장), 티베트족(시장), 몽골족(네이멍구) 등은 청대(淸代)부터 신중국 건국 초반까지 편입된 민족이다.
이들 중 위구르족이나 티베트족 등은 기존 중국 본토 민족과 완전히 이질적인 종교나 외모를 가졌다. 거기에다가 수많은 이민족이 중국을 지배하였는데 순수한 한족이 90% 이상이라는 주장은 사실상 허구에 가깝다.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는 진(秦) 나라다. 진의 수명은 불과 15년에 불과하다. 비교적 길었던 당, 명, 청도 모두 300년을 채우지 못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70여 년 전인 1949년에 세워진 빈약한 역사를 가진 나라일 뿐이다.
그래서 중국은 3조 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동북공정, 서북공정을 추진하면서 주변 역사를 왜곡하여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을 합리화하려 애를 쓰고 있다. 서북공정(西北工程)은 위구르 자치구를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화하려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에 입각한 공정연구 중 하나다. 두 공정 모두 말은 거창하지만,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다.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중국의 동북 3성인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의 역사, 지리, 민족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사업이다. 중국 정부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연구 사업을 추진했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이 사업이 끝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동북공정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조선사, 부여사, 고구려사, 발해사가 중국사’라는 주장을 펼치며 우리나라의 고대사를 왜곡하고 있다. 그 근거는 이 나라의 땅이었던 곳을 현재 중국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북공정의 정식명칭은 ‘동북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으로 역시 역사를 왜곡하는 작업이다.
중국은 동북공정도 부족하여 영화를 통하여 역사 왜곡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른바 영화(映畫)공정(필자 명명)까지 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6·25전쟁 관련 영상물로 1956년 작 ‘상감령(上甘嶺)’ 등을 꾸준하게 만들어 왔지만 주로 중국 국내용이었다. 이러한 영화를 2017년 3월부터 ‘중화인민공화국 전영산업촉진법’ 이후 많은 예산이 투입하여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영화산업과 연결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영화를 통하여 6·25전쟁은 중공군의 정의로운 전쟁, 미군에게 승리한 전쟁, 남쪽이 전쟁을 먼저 일으켰다는 남침설 등의 역사 왜곡 효과를 노리고 있다. 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구한다’라는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억지 춘향 같은 주장의 영화들이다.
앞으로도 중국은 영화 등 문화·예술이라는 핑계로 지속해서 역사를 왜곡하려 할 것으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공산당의 전형적인 선동 선전술(propaganda)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영화를 포함하여 2개의 6·25전쟁 영화를 알아보자.
중국의 주선율(主旋律) 영화는 중국 공산당의 이념 선전 영화를 가리킨다. 사회주의, 애국주의, 집단주의를 고취하는 내용을 담는다. 작년 미·중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반미 애국주의에 편승해 선전 선동 효과를 노리는 대중선동 전술의 영화다. 장진호와 금강천 모두 주선율 영화다.
중국은 한국 전쟁 참전을 ‘정의로운 전쟁’으로 미화했다. 그래서 지난달 7월 창당 100주년을 맞이해 장진호 전투를 영화로 개봉하면서 중공군의 활약상을 소개하는 동시에 한미동맹의 뼈아픈 패배를 선전했다.
6·25 전쟁에서 중국과 미국의 전투를 담은 블록버스터 영화 ‘장진호(長津湖)’는 1950년 미 해병 제1사단 1만 2,000명이 개마고원 장진호에서 중공군의 매복 작전에 걸린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미군은 결국 17일 만에 중공군의 포위망을 뚫었지만, 중국에서는 이 전투를 미국의 패전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미 해병대가 적 앞에서도 군기를 유지하며 물러나면서 중공군에게 엄청난 타격을 줬기 때문에 일방적 패배는 분명 아니다. 중공군 역시 전투와 동상 등으로 4만8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군사작전 수행이 불가능해 후방으로 철수했다.
이 전투로 인하여 한국에는 북진 통일이 무산된 계기가 되었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13억 위안(약 2300억 원)이 투입됐고, 스타 감독 세 명이 공동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2일 중국 최대 영화 예매 플랫폼 마오옌(猫眼)에 따르면 영화 장진호는 이날 낮 12시 50분께 입장 수입 8억 위안(약 1천440억 원)을 넘어섰다.
국경절(10월 1일)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1시간 44분 만에 입장 수입 1억 위안을 넘었고, 개봉 둘째 날 오전 6억 위안을 돌파하며 중국 전쟁 영화 사상 최대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항미원조를 주장하려는 전형적인 영화다.
영화 ‘금강천’은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의 승리를 그린 영화다. 작년 10월 중국에서 개봉해 11억 위안(약 2천억 원)의 입장 이익을 거뒀다. 한국 수입사가 붙인 국내 개봉명은 ‘1953 금성 대전투’다.
1953 금성 대전투는 1953년 7월 13일 금강산 하류 금성 대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국군 발표에 따르면 이 전투로 인한 피해는 전사자 1,701명, 부상자 7,548명, 국군 포로 혹은 실종자 4,136명이다. 영화는 중국군을 영웅으로 묘사한다. 포스터에는 '금강천을 한국군 사단의 피로 물들인 인민군 최후의 전투'란 설명이 적혀있다.
당연히 국내에서 재향군인회 등 각계에서 분노하며 상영허가를 즉각 취소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 영화를 수입·배급한 한국 회사 ㈜위즈덤 필름 이 모 대표는 8일 “판권 계약을 폐기했다”라며 개봉 취소 소식을 알리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때 참전한 한국의 노병이 시퍼렇게 살아계시는데 어이가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6·25전쟁은 북한이 소련의 사주와 중공의 필요에 따라 한국을 공산주의로 적화시키려고 남침한 사건이다. 이 전쟁으로 총 400만 명 이상의 인명피해, 금수강산을 초토화한 전쟁 주역은 중공군이다.
중국은 영화까지 동원하여 '항미원조'라고 당당하게 거짓말하며 미화할 일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한국과 참전하여 피해를 본 나라들에 사죄하고 배상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 한국 영화와 TV 드라마는 중국 자본의 투자 참여가 없으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서울 동대문 시장의 포장 배달과 사채(私債) 시장까지 중국 자본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국내 중국인들은 조선족이 많은데, 중국 공산당 차원에서 조직적 개입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30년 넘게 중국의 정치·외교를 분석하고 있는 주재우(54) 경희대 교수의 진단을 예사로 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한국의 중국 전문가 등 지식인들은 현실에 침묵하고 있다. 중국에 불이익을 당할까 봐 조심하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한국 학자나 관료들의 발언과 기고문 등을 모니터링한다. 우리나라 학자와 전문가, 지도층이 중국으로부터 특혜와 대접을 많이 받고 있어서다. 중국 공산당의 지휘 아래 각 부처, 산하 기관·연구소·대학들이 펼치는 ‘샤프 파워(sharp power·자금 지원, 매수, 협박, 여론조작 같은 방법으로 영향력 행사)’ 공세에 한국 엘리트들이 농락당하고 있다.
중국의 목표는 한국의 핀란드화다. 부유한 북유럽 선진국이지만 소련국경에 붙어 있으며 유럽의 나토 둥 방어 전선으로 이용당하며 소련에 굴종적으로 버텨야 했다. 중국은 한국에 사실상 수직적 복속(服屬)을 강요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물건을 필요해서 사는 것이지 억지로 팔아주는 것이 아니다. 억지로 중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지만, 공존에 위협을 가하면 중국에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당당한 태도로 대중국 외교를 하여야 한다. 다음 정권이 허물어진 대중국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칼럼니스트 박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