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는 고스톱에서 다른 패자가 내야 할 돈까지 혼자 다 뒤집어쓰는 경우를 말한다. '독박'이라고도 한다. 문재인 정부는 수많은 실정을 하였지만 전 정부들이 욕먹어 가며 아끼고 축적한 유산 때문에 버텨왔다. 그러나 다음 정부는 아무리 잘해도 문재인 정부 실정을 뒤집어 쓰게 되어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연간 예산 등 이외에도 400 조 원 이상을 빚까지 내며 돈을 펑펑 쓴 것은 과거 정부의 알뜰한 경제와 재정관리 덕에 가능했다.
1998년 나라를 뒤집은 IMF 외환위기는 외국에 진 빚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 후 20여 년간 정부가 중요하게 지켜온 일은 빚을 줄이는 건전재정, 균형재정이었다. 요즘 TV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빚이 적다고 불평하는 국가부채비율 40% 수준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경제대통령을 자칭하는 이재명 후보는 경제의 기초인 화폐금융론, 화폐경제학의 기초 중의 기초인 '기축통화' 조차 모르고 있었나? 당장 돈 풀어 표를 얻으려는 사심 때문에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같이 빚을 더 내도 된다는 억지논리로 국민을 현혹하고 엘리트 경제 당국자들을 압박하려는 건지 의심스럽다.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된다는 이재명 후보의 근거는 전경련이 발표한 특별 인출권(SDR) 편입희망 자료로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무지여도 문제지만 알고 인용하였다면 더 큰 문제로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이 후보의 발언은 이미 현정권에서 벌어진 일의 재탕일 뿐이었다. 문 대통령이 “채무비율 40%를 유지해야 할 근거가 뭐냐?”라고 던진 한마디로 20여 년간 미래를 위하여 버틴 40% 마지노선은 무너졌다. 선진국 평균 부채비율 80%에는 한참 멀었다며 경제부총리 등을 몰아붙이며 돈 풀기를 멈추지 않았다.
코로나까지 덮치면서 건전재정이란 말 자체가 불순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순식간에 국가부채는 1,000조 원으로 급증했고, 채무비율도 40%대 후반으로 껑충 뛰었다.
지금 추세만 유지해도 다음 정부 말에는 채무비율은 60%대를 넘어서게 되고, 국제금융시장은 한국의 부채상환능력 등급을 하향시킬 수밖에 없다. 터키 멕시코와 같은 급으로 평가되어 투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국가신용등급 하락은 외국자본 이탈을 불러오고 제2의 IMF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탈원전 역시 후유증이 클 것이다. 비현실적이고 몽상적인 탈원전 추진에도 전력대란 사태가 오지 않은 것 역시 이명박 정부 때부터 원전을 부지런히 지어 전력 예비율을 여유 있게 확보한 덕이다. 그 덕분에 문재인 정부는 세상 물정 모르는 모범생처럼 탈원전, 탄소중립 목표치를 높게 제시하며 그럴듯한 생색은 다 내었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서자마자 전기요금 대폭 인상은 불 보듯 뻔하다.
문재인 정부의 친중, 친북, 무조건 반일 등 외교안보도 문제지만 5년간 정부가 해당 국민을 설득하고 들어가며 해야 할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의 연금 개혁을 못 본척하였다. 연금 개혁이 늦는 만큼 결국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게 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산업화 사회에서 정보통신시대를 거쳐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경제, 플랫폼 경제 시대에 맞추어 산업, 금유 등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수반한 노동시장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시대에 뒤쳐진 산업화 시대 노조가 귀족으로 자리 잡아 권력의 한축이 되어있다.
따라서 다음 정부는 긴축재정, 연금개혁, 산업구조조정, 노동시장 개편 등을 추진하며 수많은 저항에 직면하게 되어있다. 또 전력대란 등에 따른 전기료 인상을 시작으로 물가상승을 피할 수 없다. 코로나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핵폭탄보다 더 무섭다는 인플레이션 충격에 빠지게 할 것이다.
하지만 다음 정부는 현 정권의 겁 없는 유동성, 재정확대로 인플레이션에 대비하여 통화, 재정, 금융 정책 등 쓸 카드가 별로 없다. 더구나 그동안 코로나로 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출 연장 등 약 900조 원의 재연장 조치가 힘들다. 이 대출들이 부실로 이어질 경우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악화로 금융시장 혼란도 불가피하다. 금융, 실물 경제 모두 어려워 진다.
대통령 선거일까지 이제 13일 남았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며야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 2)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3)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 업무의 준비, 4) 대통령 당선인의 요청에 따른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그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을 하게 되어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위원장 1명, 부위원장 1명 및 24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는데 위원장·부위원장 및 위원은 명예직으로 하고, 대통령 당선인이 임명하도록 되어있다. 다음 정부는 당장 선거의 당락이 중요하지만 바로 인수업무를 원활하게 할 준비도 병행하여 철저히 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의 틀을 잡고, 현 정부의 문제점을 파악하며, 지속할 과제, 새로운 국정과제 등 경중 대소 완급을 가리는 일을 2022년 6월 8일까지 해야 한다.(문재인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인 2022년 5월 9일 이후 30일까지)
이 기간에 사실상 다음 정부의 주요 과제와 로드맵이 나오게 된다.
인수위원회는 선거공약을 다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과감하게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어설픈 공약, 급조한 공약을 지키기 위하여 무리수를 두어서는 안 된다. 솔직해야 한다. 선거와 실제 공약 이행과는 다른 문제이다. 그리고 새 대통령의 국정과제와 부처 칸막이에 갇혀있는 정부 부처 과제를 융합, 조율, 구분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의 국정과제는 디테일한 과업(Task)이 아니라 의제(Agenda) 중심으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대통령의 과제는 어렵더라도 허니문 기간 중에 국회 등 외부의 평가와 동의를 받아 추진해야 힘을 받는다. 이일을 대통령 당선 후 약 91일 이내에 골격을 잡아야 한다. 이때를 놓치면 반대, 저항세력과 다툼하느라 이명박 정권처럼 5년 내내 방향을 잃어버리게 되고 식물정권이 될 우려가 있다.
다음 정부는 불행하게도 무조건 현 정부의 화려한 유산으로 독박을 쓰게 되어 있다. 하지만 능력 있는 정부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야 한다. 정부의 핍박을 받아 평생 직(職)에서 쫓겨나서, 시대와 민심의 부름을 받아 2021년 5월 4일에 정치하기로 마음먹고 기적 같이 대통령이 된 초년생이라면 전화위복의 기적을 국민과 함께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