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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대석 Dec 16. 2020

이순신 백의종군과 역(亦) 쿠데타, 정직

선조와 원균, 문대통령과 들러리를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백의종군(白衣從軍), 조선 시대의 무관직의 징계 처분 중 하나다. '백의'란 진짜 흰색 옷을 입는다는 뜻이 아니라 관직이 없는 상태의 신분을 가리키는 관용적인 표현으로, 한마디로 현대의 보직해임, 대기, 정직 같은 처벌이다.  

   

성웅 이순신 장군(이하 장군)은 두 번 백의종군하였다. 장군은 나라를 구했으며 퇴각하는 왜군을 명량에서 격파하다 적의 총탄에 숨졌다.      


성웅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다룬 영화  [명량]


▲ 장군의 첫 번째 백의종군      


장군은 부친상을 당하고, 3년 상을 치른 후 다시 함경도에 만호라는 직책으로 복귀를 하게 된다. 두만강 지역에는 토사가 쌓여 형성된 녹둔도라는 섬이 있는데 땅이 비옥하여 군인들의 군량미를 경작하는 땅으로 이용했다.


이 둔전을 경작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바로 장군이다. 당시 현재의 중령 관직(종 4품)으로 녹도 둔전사(鹿島 屯田事宜) 직이다.      


둔전은 군대의 식량창고이자 보급창고인데, 둔전을 지킬 병력이 수십 명에 불과하여 너무 모자랐다. 그래서 장군은 조정에 수차례 병력 충원을 요청했지만, 계속 거절당하고 결국 장군의 예상대로 1천여 명의 여진족이 수확 철에 쳐들어와 둔전의 곡식, 병사, 백성 등을 모조리 약탈해갔다.      


그러나 장군은 병력을 추슬러 여진을 쳐들어가서 빼앗긴 백성과 부하를 구해온다. 하지만 조정은 자신들이 장군의 지원 요청을 거절한 책임을 숨기고 장군에게 식량을 빼앗긴 책임을 뒤집어씌워 장군을 백의종군하게 한다.


 1586년 선조 19년 장군의 나이 43세였다.     

 

두 번째 선조의 파직     


1592년 장군은 현재 소장(정 3품)급 전라좌도 수군절도사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일본군은 지상군과 해군으로 나누어 곧장 한양으로 진격할 계획이었다.

      

지상군이 금방 한양까지 진격한 것에 비하여 바다에서는 장군에게 가로막혀 진격하지 못했다. 선조가 자신의 치적이라고 앞세우는 명나라 원군이 오고 일본과 휴전협상을 하게 된다. 1597년 히데요시는 재차 조선을 침략하는데 정유재란이다.     


정유재란이 일어나기 전 당시 일본 장수 고니시 유키나가의 밑에 있던 부하가 조선 조정에 첩보를 하나 준다. 가토 기요마사의 부대가 부산을 통해 침략해 올 것이라고 1월 11일 첩보를 주는데 조정은 이 말을 믿었던 반면, 이순신은 반신반의했다.     


그 이유는 부산 앞바다는 물살도 세고 전라도처럼 섬이 많지 않아서 배를 정박할 곳도 없고 포위당할 수 있는 위험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장군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왜장 고니시의 계략이었다.


그러나 왜장 가토 기요마사의 부대는 실제로 13일 울산 서생포를 침략했다. 장군은 조정의 명으로 출정을 하였지만, 일부 피해가 있었다.     


1월 21일에 올라온 원균의 장계 (나라면 가토를 잡을 수 있었는데 이순신은 놓쳤다.)를 보고는 "이순신이 임금을 능멸했다."라며 선조는 장군을 파직시켰다.  

   

장군은 통제 사직에서 해임되고 원균에 의하여 서울로 압송당하여 옥고를 치렀다. 이때 어머니도 돌아가셨다.     

그러나 왜군의 공세가 거세지자 선조는 이조판서 이항복, 경림군 김명원을 앞세워 장군을 설득하여 종 2품 삼도 수군통제사로 복직시켰다. 12척의 배만 달랑 남았다.     

이순신 장군의 생애를 그림 십경도 중 / 억울한 누명을 쓰고 한양으로 압송되는 모습, 백성들이 목 놓아 운다.

그러나 장군은 전열을 가다듬어 1년간 바다에서 왜군을 깡그리 물리치고 1598년 퇴각하는 왜군을 노량에서 요격하다 관음포에서 장렬하게 전사하였다. 장군의 나이 54세였다.    

 

역사 기록은 무섭도록 냉정하다. 선조와 원균.   

  

장군이 어려울 때마다 장군의 우국충정에 감동한 류성용, 정탁, 이원익이 도와주었다. 그러나 반대로 선조와 더불어 1차 백의종군 때 장군에게 누명을 씌운 함경도 북병사 이일, 이순신 장군을 모함한 원균의 이름은 중학교만 나와도 알 만큼 역사에 오명을 남겼다.  선조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아니 생략하고,


원균에 대한 선조실록 선조 31년 4월 2일 기사 중 사관의 논평을 잠깐 살펴 보자.     


“ 한산의 패배에 대하여 원균은 책형(磔刑)을 받아야 하고 다른 장졸(將卒)들은 모두 죄가 없다. 왜냐하면 원균이라는 사람은 원래 거칠고 사나운 하나의 무지한 위인으로서 당초 이순신(李舜臣)과 공로 다툼을 하면서 백방으로 상대를 모함하여 결국 이순신을 몰아내고 자신이 그 자리에 앉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일격에 적을 섬멸할 듯 큰소리를 쳤으나 지혜가 고갈되어 군사가 패하자 배를 버리고 뭍으로 올라와 사졸들이 모두 어육(魚肉)이 되게 만들었으니 그때 그 죄를 누가 책임져야 할 것인가.    

  

한산에서 한 번 패하자 뒤이어 호남(湖南)이 함몰되었고 호남이 함몰되고서는 나랏일이 다시 어찌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시사를 보건대 가슴이 찢어지고 뼈가 녹으려 한다. ”     


소름 끼치도록 상세하게 사관은 기록하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하 총장), 두번의 수난, () 쿠데타      


총장은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으로서 근무 중 2013년 4월부터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활동하면서 검찰 수뇌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직원을 체포했다.

출처 : 노동자연대, 왼쪽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문재인 대통령, 추미애 법무부 장관


특별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윤석열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총장은 좌천당하였다.

     

그 후 최순실 특검의 주요 검사로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박근혜 구속 수사에 멤버로 참여하였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중앙지검장으로 복귀하였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였다.     


문재인 정부 참여자와 지지자는 총장에게 열광하였다. 적폐청산의 공로인지 문재인 정부는 2019년에 그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하였다.


그러나 그는 타고난 검사였다. 그는 구 적폐, 신 적폐 가릴 것 없이 칼을 휘둘렀다.    


총장은 검사 본연의 업무대로 현 정권과 관련 있는 울산 부정선거, 라임, 옵티머스, 원전 사건 등에 성역 없이 의혹이 있으면 수사를 하였다. 그러자 현 정권은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총장을 저격하였고 마침내 어제 ‘역(逆) 쿠데타’를 일으켰다.       

        

오늘(12월 16일) 새벽 감찰징계위원회가 정직의 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실체가 없는 징계사유로 억지로 짜 맞춘 위원회와 증인, 엉터리 절차 등 합법의 탈조차 제대로 쓰지 못한 새로운 독재의 첫 단추는 채워졌다. 이제 대통령의 결재만 남아있다.


총장은 외부의 적과 싸우지는 않았지만 이순신 장군처럼 두 번째 수난을 맞이하는 형국이다. 두번 모두 살아있는 권력의 범죄혐의를 다루다가 당한 일이다.

    

▲ 필자의 폐벗인 김경률 회계사가 오늘 포스팅한 글 중 일부다.     

“ 민주 사회에서 정치권력의 정당성(legitimacy)은 ‘피치자의 동의(the consent of the governed)’로부터 나온다. 그 동의의 상징이 헌법이고 국민의 대표가 그 헌법을 구체화한 것이 법률이다.  

    

그래서 권력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행사되어야 하고, 끝없이 그 테두리 안에서 감시받고 견제받아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다. 이번 윤 총장 징계는 그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시도다.      


그래서 그것이 법치주의의 훼손이고 헌정 질서의 문란인 것이다. 우리들이 여기서 이 일탈을 끝내지 못하면 필연코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국정을 농단하고 민주주의를 참살할 것이다.   

   

경제민주주의 21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통제받지 않으려는 권력의 일탈을 단호하게 멈춰 세울 것과 촛불 혁명의 주역인 시민들이 다시 한번 절대 권력에 대한 감시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 오늘 전직 검찰총장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에 반대하는 합동 성명을 내놨다.

김대중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부터 시작해 노무현 정부때의 모든 검찰총장, 문재인 정부가 임명했던 검찰총장까지 참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중징계에 반대하는 합동성명을 낸 전직 검찰총장들(왼쪽부터 김각영 송광수 김종빈 정상명 임채진 김준규 김진태 김수남 문무일 /조선일보DB

전직 검찰총장들이 실명으로 합동 비판 성명을 내놓은 것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이다. 성명을 낸 전직 검찰총장 중에는 윤 총장처럼 법무부장관과 마찰을 빚다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한 이들도 포함됐다.


이들은 “법치주의에 대한 큰 오점이 될 것”이라며 “징계절차는 우리 국민이 애써 쌓아 올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위협의 시작이 될 우려가 너무 크므로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성명엔 김각영, 송광수 , 김종빈, 정상명, 임채진, 김준규, 김진태, 김수남, 문무일 전 총장이 참여했다. 한상대, 채동욱 전 총장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번 성명에는 김각영(32대)·송광수(33대)·김종빈(34대)·정상명(35대)·임채진(36대)·김준규(37대)·김진태(40대)·김수남(41대)·문무일(42대) 전 검찰총장 등 모두 9명이 참여했다.  


▲ 역사는 역 쿠데타 주도자, 들러리와 반대편 변호인을 어떻게 기록할까?          

     

대통령 문재인, 법무부 장관 추미애와 이들 두사람람의 들러리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 대행 정한중 외대 로스쿨 교수, 안진 전남대 교수, 신성식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 대행 정한중 외대 로스쿨 교수, 징계위원 안진 전남대 교수, 신성식 대검 반부패· 강력부장,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왼쪽부터)

 또한 윤석열 총장의 중징계 결정에는 추미애 장관과 호흡을 맞추는 대신 윤 총장과는 갈등 관계였던 검사장 4인방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반 윤 4인방이라고 알려진 인물들 / TV 조선 화면 캡처

반 윤석열 4인방의 핵심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다.


윤 총장 징계 사유인 '판사 문건' 제보자로 지목됐고, 징계위 곳곳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징계 결정에서 기권을 던졌지만, 징계위 정족수를 채워줬다는 점에서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의 역할도 적지 않다.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김관정 동부지검장도 의견서나 관련 문서를 냈다.    

 

비분강개한 이복현 대전지검 부장검사 등 일선 검사들은 3명의 진술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김유철 원주지청 지청장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검사만큼 치명적인 사회악은 없다"며 강도 높게 4인방 검사를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힘들게 총장을 변호한 변호사 이완규, 변호사 이석웅, 변호사 손경식이 있다. 역사는 이들을 어떻게 기록할까?     


원균은 선조의 지원으로 ‘내부 권력투쟁’에서 승리했지만 칠천량 전투에서 패배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반면에 이순신장군은 선조의 견제질시를 받으며 고난의 길을 걸었지만 명량 해전에서 승리하고 ‘불멸의 영웅’이 됐다. 요즘 모습과 아이러니하게 유사하다.


윤석열 검찰총장 측 특별변호인 (왼쪽부터)·이석웅·이완규, 손경식 변호사

三尺誓天삼척서천 山河動色산하동색
一揮掃蕩일휘소탕 血染山河혈염산하


석 자 칼에 맹세하니 산과 강이 떨고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


이순신의 장검 2자루에 새겨져 있는 이순신장군의 친필 문구이다.


칼럼니스트 박대석     


▶ 용어설명 : 역(逆) 쿠데타     


쿠데타(프랑스어: coup d'état)는 프랑스어로 정부에 일격을 가한다는 뜻으로, 선동을 통한 군대 등을 이용한 무력(武力)으로 정권을 무너뜨리거나 빼앗는 일을 통상적으로 지칭하는 단어이다.      


이번 윤 검찰총장 정직 사건은 거꾸로 권력이 합법을 가장하여 권력의 부정을 파헤치지 못하도록,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을 훼손하면서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축출하는 의미로 필자가 임의로 사용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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