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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모 Nov 13. 2023

내가 살아있다고 느꼈던 삶의 순간은?

Careershifters 넷째 주의 기록

Launchpad 과정에서 드디어 Discovery 단계의 마지막 미션에 다다랐다.  지금까지 짧다면 짧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내 한계를 넘으려는 노력이 필요했고, 마지막 미션 또한 어느 정도의 도전 정신이 필요했다.


마지막 미션 Storytelling


당신은 어릴 적부터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의 삶의 여정을 누군가에게 말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삶의 부분 부분을 잘라서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눠본 적은 있지만, 누군가 그 긴 이야기를 경청해 주기를 기대하거나 자발적으로 나서서 말해본 경험은 없다.


스토리텔링 미션은 Launchpad 참가자 중 한 명과 파트너가 되어 진행하도록 설계됐다. 파트너가 된 두 명의 참가자는 이야기꾼과 경청자,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이야기꾼은 자신의 커리어와 관련된 경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한다. 여기서 ‘커리어’란, 단순한 직업이 아닌 삶의 여정에서 열정을 느꼈던 순간들의 모음이다. 어린 시절 장래희망부터 시작해서, 취미, 여행, 봉사, 특별한 경험 등 이야기를 진행하며 기억나는 일들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그 경험에서 느낀 점을 공유한다. 


경청자는 몰입해서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야기꾼이 빛나는 순간을 발견해 기록한다. 빛나는 순간이란 이야기꾼의 몸짓, 표정, 눈빛 같은 것이 생동감 있게 변하거나 이야기꾼이 온전히 몰입해 버리는 순간들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거나 이야기가 한 방향으로 몰리지 않도록 질문은 최대한 아끼고, 이야기꾼의 경험에 관련해 하고 싶은 내 이야기는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에 나눈다.


이야기가 끝나면 경청자는 이야기꾼이 빛났던 순간들을 브리핑해주고 이야기 속에서 여러 번 나왔던 키워드나 발견한 인사이트 같은 것을 나눈다. 그리고 경청자와 이야기꾼이 역할을 바꿔 미션을 수행한다.


나의 이야기


나는 어릴 적 외교관이 되고 싶었다. 별 다른 이유는 없었고, 여러 나라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인정받고 싶어서 강박적으로 노력하는 착한 어린이였다. 학창 시절,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학원과 입시 공부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들 뿐이었다. 영어 경진 대회와 온라인 펜팔, 미술 시간에 만든 여러 가지 작품들 정도? 대학교 1학년 여름에는 처음으로 약 한 달간 유럽에 갔다. 2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자유 일정으로 다니지만 같은 호텔에 묶는 패키지였는데, 그때 걸었던 유럽의 거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교환학생을 가기 전까지 정말 많은 교외 활동을 했다. 영어 모임부터 마케팅 공모전 모임, 경제 스터디 등 사실 취업보다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았다. 그리고 뉴욕에서 교환학생을 하며 처음으로 온전한 자유를 느꼈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졌다. 뒤늦게 편입 지원서를 여기저기 보냈고, 네덜란드와 뉴욕의 학교 중 그나마 취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뉴욕의 학교에 남기로 했다. 공황장애를 겪으면서도 미국에 남고 싶은 마음에 초과 성취자로 살았고 그 끝에 비자를 줄 수 있는 회계 법인에 들어갔다. 그 후 기억에 남는 것들은 학창 시절과 비슷하게 회계일 외의 것들인데, 매년 수없이 다녔던 여행, 새롭게 배운 것들, 연애, 문화와 관련된 경험들이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 퇴사를 했고 Launchpad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처음으로 와인의 역사와 문화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 부르고뉴 여행


일반적인 대화였다면 상대방에게 내 얘기를 한 시간 내내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을 텐데 이렇게 서로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경청하고 말하는 시간이 흥미로웠다. 생각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와 떠오르는 순간들이 많았고 내 파트너가 찾아낸 내가 빛난 순간들은 이러했다:   

끊임없는 호기심과 배움 — 새로운 언어, 책 읽기, 기술 배우기, 궁금한 것은 그냥 다 배워보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것 — 여행, 공간, 사람, 음악, 예술, 펜팔, 역사, 철학 등

커뮤니티 활동과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되어 유대감을 쌓는 것 — 회사에서 팀 빌딩, 교외 활동, 다양한 온라인 오프라인 커뮤니티 참여

창조적인 일을 하는 것 — 그림 그리기, 글쓰기, 만들기 등등


그녀가 한 문장으로 설명한 나는 결과적으로 다능인이었다 (사실 그녀도 다능인이라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흥미를 느끼고, 배움의 삶의 활력과 원동력이며, 자율적으로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사람. 그리고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하면 모든 일이 고되게 느껴지는 사람.


그녀의 이야기


그녀는 캐나다에서 엄격한 부모님 아래서 자랐고, 나와 비슷하게 학업에 몰두한 초과 성취자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항상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몰라 불안했고, 대학에 가서 결국 엄청난 번아웃과 불안에 시달렸다. 그리고 그녀의 모험이 시작됐다. 캐나다를 돌아다니며 고고학자 아래서 열심히 땅을 파 유물을 발굴하는 일도 했고, 작은 극단에서 연기를 하기도 했고, 아시아에서 배낭여행을 하며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런던으로 이주했고, 경제적인 이유로 회사에 들어가 컨설팅 일을 하기도 했고, 온라인으로 어린이들에게 인형극을 하기도 했고, 아프리카에서 구호 활동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프리랜서로 컨설팅 일을 하면서 AR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녀는 불안정한 수입과 방향성이 고민이라고 했다.


내가 발견한 그녀는 모험가이자 hustler였다.(원하는 걸 얻을 때까지 노력하는 사람) 세계 곳곳을 탐험하고,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을 사랑하고, 직접적으로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연기는 그녀가 가장 즐겁게 하는 일이었지만 경제적인 부분에서 삶의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일이었기에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다.


대학시절까지 비슷한 삶을 살아온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영감과 용기를 얻었고, 외롭게 느껴지는 이 여정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나는 이 미션을 통해  새로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됐고, 내가 짐작하고 있던 나에 대한 정보를 다른 사람을 통해 확인하게 됐고,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됐다.




다음 주부터는 지금까지 모아 온 나에 대한 재료, 영감 재료를 여러 시각에서 분류하고 생각해 보면서 방향성을 좁히는 연습을 하게 된다. 여전히 새로운 일과 방향성을 찾을 수 있을지 조금은 불안하면서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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