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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근 May 24. 2017

[북 아메리카 자전거 횡단]

: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 D+4

2017.05.21 날씨 맑음 / 뉴욕 맨해튼 출발-> 뉴저지

총 운행 거리 & 시간 : 42.47km / 3:20:57



페달에 발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후회했다. 시원하게 도로를 가로지르는 오토바이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된 것만 같았다.


몸통만 한 페니어 백은 페달을 밟는 동안 뒤꿈치에 걸렸고 투박하게 매달아 놓은 가방들은 균형이 맞질 않아 휘청거렸다. 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엉덩이가 욱씩 거려 왔고 팔목은 아려왔다. 30kg이 넘는 짐덩이 들을 안정적으로 다루기엔 아직 너무 어설펐다.


맨해튼을 벗어나기까지 1시간 22분 45초가 걸렸었다. 늘 그랬듯이 오랫동안 써왔던 내비게이션에 의존했었지만, 그것은 보기 좋게 나를 엿 먹였다. 허드슨 강을 한참 동안 따라간 뒤 마주한 것은 돌아가라는 표지판뿐이었고 빌어먹을 수많은 표지판들은 도통 어디로 빠져나가야 할지 갈피를 주지 않았다. 아침부터 한 끼도 먹지 못해 머리는 어지러웠고, 멍청하게도 목마름을 달래줄 물 한병 사질 않고 움직였었다.


길을 물어가며 조지 워싱턴 다리에 도착했을 땐 이미 지칠 대로 지쳤었고 맨해튼을 빠져나 올 땐 몸살 기운이 온몸을 휘감았다.


“성웅아, 내 몸이 안 좋다. 근처에 공원 있으면 오늘 거기서 캠핑하자.”


나는 어리석었고, 자만했으며 멍청했다. 너무나도 쉽게 생각했고 그냥 하면 될 줄 알았다. 이젠 현실을 직시하고 한 걸음씩 천천히 움직여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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