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신자의 신자로서의 고찰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종교를 가졌었던 적도 없다. 하지만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고민을 여러 번 해봤다. 그건 아무래도 신이라는 존재가 그만큼 신비롭고 궁금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나는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겠지라는? 그 어느 쪽으로도 결론을 내리기 애매했다. 다만 항상 "신이 존재한다면" 생기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교회에 다니는 신실한 친구들이나 지나가다가 설교를 하고 계시는 목사 준비생 분과도 얘기를 나눠보며 나의 궁금증을 물어봤지만 결국은 제대로 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지금은 그래서 기독교적인 신, "인간을 사랑하고 절대적으로 선하며 전지전능한 존재로서의 신"은 우선은 믿지 못하는 상태다. 물론 아까 말한 궁금증들이 합리적으로 풀릴 수 있다면 내 생각은 바뀔 수 있다. 오늘은 긴 시간 동안 내가 가져온 궁금증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참고로 이 글에서의 신은 기독교의 신, 하나님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다른 종교나 신자들은 접하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잘 몰라서 그렇다.
첫 번째는 가볍게 시작해보자. 신의 존재에 대한 증거로 이 우주의 존재와 신비, 인간의 존재와 신비 등이 자주 거론된다. "이러한 우주가 존재한다면 무언가는, 누군가는 우주를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 그게 바로 신이다." 혹은 "인간이 그냥 갑자기 생겨났다는 건 비합리적인 것이 아닌가? 인간을 창조한 그 존재가 바로 신이다." 이런 증명들이다. 찾아보니 우주론적 증명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 같다. 이 증명의 타당성은 차치하고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런 증명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증명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결국에는 "세상을 만든 존재"가 있다 혹은 "인간을 창조한 존재"가 있다 등이기 때문이다. 그 존재가 선한지 악한지 하나님인지 사탄인지 심지어는 살아있는 "존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등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다시 말하면 세상을 만든 존재가 날아다니는 스파게티라도 저 증명은 참인 것이다. 정리하자면 저렇게 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증명은 어떠한 능력을 갖췄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존재나 현상이 있으며, 해당 존재나 현상에 신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뿐이다. 그게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신이 되기 위해서는 종교 안에서의 신과 해당 증명 속의 신 사이에 합리적인 동일성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서 기독교 성경 속 하나님이 이 우주를 만든 신이라는 증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저런 식으로 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증명은 "~한 존재가 있으며, 그 존재를 신으로 명명한다"일 뿐이지 우리의 어떤 종교의 신이 존재하며 그 존재가 "~을 했다."라는 걸 증명하지는 못한다.
두 번째는 내가 꽤나 열심히 생각했던 궁금증이다. 자 우선은 일단 내가 신을 믿고 있다고 생각하고 시작하자. 나는 신의 존재를 믿고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우주의 신비 등으로 말이다. 그러면 이제는 그 신이 하나님이라는 걸 믿어보려고 하는 상황이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여러 종교의 경전 중에서 성경을 믿는다는 뜻이다. 나의 두 번째 의문은 이 성경이 믿을만하냐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의심 없는 믿음을 의미한다. "하나님이 계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일단은 계실 것 같아"가 아니라 "하나님은 틀림없이 존재하셔"가 진정 신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이고 그런 믿음이야말로 가치 있게 여겨진다. 한마디로 신에 대한 진정한 믿음은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믿음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신의 존재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은 성경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전제한다. 그런데 그 성경을 쓰는 존재, 편집하고 유통하는 존재, 그 책을 성경으로 선정하는 존재, 번역하는 존재, 읽고 해석하여 퍼트리는 존재는 누구인가? 그건 바로 사람이다. 이 얘긴 다시 말해서, 내가 내 눈앞에 있는 이 성경을 절대적으로 믿는다는 것은 이 성경이 나에게 닿기까지 거친 모든 사람들을 절대적으로 믿음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고 그중 한 사람이라도 잘못 옮겨 적었거나 일부러 조작했다면 이 성경은 진정한 하나님의 뜻이 아니니까 절대적으로 믿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을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가? 이 성경을 거쳐간 사람들이 정말로 믿을 만 한지 하나씩 생각해보자.
첫째로 성경을 쓴 사람, 성경은 보통 꿈에서나 혼자 있을 때 계시를 받는 식으로 쓰여졌다. 그런데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보면 어떤 사람은 정신병으로 인해서 자신을 신의 사자라고 말하고 다니며 신기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ex 빵상 아줌마) 혹은 꼭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의 뜻, 이익, 영향력을 위해 신에게 계시를 받은 척할 수도 있다. 또는 신앙심이 깊어 (착각해서) 자신이 진짜로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만약 내일 아침 당신 교회의 목사님이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면서 새 성경을 한편 써오면 당신은 그게 정말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아마 아닐 것 같다. 그런데 그 옛날에 그 성경을 쓴 사람들이 진정 "신"의 계시를 받고 썼는지, 다른 속셈이 있어서 꾸며냈는지, 계시를 받았다고 착각해서 썼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두 번째는 성경을 선정하는 자이다. 성경 비스무리한 수많은 책들 중에서 어떻게 그 책이 성경이라고 결정하는가? 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역사적으로 어떤 책들이 성서로 추가되거나 빠지기도 했다. 근데 이렇게 성서를 결정하는 사람들의 말과 생각이 하나님의 뜻과 같음을 어떻게 믿는가?
세 번째는 해석하는 자이다. 성경의 대부분의 문장들은 뜻이 직설적이지 않으며 추상적으로 쓰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해석"을 필요로 한다. 글자 그대로 읽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글자대로 읽는 사람도 없다. 이 해석이란 것은 성서 그 자체의 글자들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사람의 주관의 개입이 필연적이다. 그렇다고 그냥 내 맘대로 해석하면 되는 것도 아니니 목사 같은 성경을 오래 공부한 사람의 해석을 들어야 한다. 자 그러면 이 목사가 신의 뜻을 해석해 전달할 능력 충분하며, 이 목사의 해석이 악의나 다른 숨겨진 의도가 없이 하나님의 뜻대로 온전히 해석했음을, 또 그것이 언어를 통하여 우리들에게 본 의미 그대로 전달되었음을 어떻게 믿는가?
우리가 눈앞의 성경을 절대적인 진리로서 믿기 위해서, 우리는 몇 명의 불완전한 인간을 절대적으로 믿어야 하는 걸까?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불완전한 (본질적으로 믿을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통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은 굉장히 모순적이다.
세 번째는 세상에 슬프고 안타깝고 화나는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들었던 생각들이다. 선하고 전지전능하며 인간을 사랑하는 그런 신이 있다면, 세상은 왜 이리 아름답지 못한 걸까? 나는 이 세상이 근본적으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냥 요새 뉴스만 봐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바이러스에 걸려서 죽은 사람들이 다들 나쁜 사람이라서 죽었나? 그런 게 아니다. 바이러스는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이 세상은 애초부터 그런 세상이다. 평생 착한 일과 봉사만 하고 살아왔어도 내일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을 수 있는 세상이다. 마음이 여리고 착한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들보다 손해 보는 일도 많다. 사실 전지전능한 신이라면 우리를 이렇게 고통스럽게 놔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특히 그 신이 정말 우리를 사랑한다면, 왜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야 했는지 더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천국과 지옥" 시스템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기독교에선 하나님을 착실히 믿으며 하나님의 뜻에 따라 착하게 살면 죽어서 천국에 간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슬럼가나 전쟁터에서 나고 자라서 사람을 죽이는 법밖에 배우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악함이란 이들에게는 선택조차 될 수 없다. 굳이 말하자면 이들은 그저 삶과 죽음에서 삶을 택했을 뿐이다. 반면에 누군가는 부유하고 신앙심 깊은 집안에서 자라 자연스레 신을 믿고 신의 뜻을 따르며 산다. 그런데 그런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신앙심과 착함으로 인간을 선별하는 게 정말 선하고 합리적이란 말인가? 이대로라면 전쟁터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모두 날 때부터 지옥행 티켓만 가지고 태어난 것인데?
뿐만 아니라 사실 나는 근본적인 "악"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다. 기독교에서 하나님은 이 세상,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어낸 창조자이다. 그 말은 선악과도, 아담과 이브를 유혹한 뱀도 하나님이 만들었다는 뜻이다. 또한 하나님은 전지(全知)하다, 즉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 얘기는 뱀이 유혹할 것도,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을 것도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모든 원인은 하나님이다. 애초에 세상의 모든 일은 하나님 본인의 뜻에 따라 흘러간 것이며, 본인은 어떻게 될지 다 알고 있었으면서 죄는 인간들에게 묻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인간의 원죄라는 것이 굉장히 어이없다. 결국은 우리가 죄를 지은 것도 다 하나님의 뜻 아닌가? 이런 식의 이야기를 신실한 신자들에게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신의 뜻을 인간인 우리가 다 이해할 수는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웃긴 말이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의 이유와 의미가 나에겐 이해가 되지 않는데, 어떻게 그 상대의 뜻이 옳다고 믿고 따를 수 있지?
사실 믿음에 있어서 이렇게까지 엄격하게 따져야 하나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이 부분은 이성으로는 닿을 수 없는 믿음의 영역이라는 말도 들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냥 하나님의 말씀 중에서 좋은 말씀이 많고 그걸 따르고 살았더니 잘 풀리는 것 같아서 하나님의 말씀이 다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그분의 뜻이 분명 옳다고 믿어요" 하지만 나는 이런 생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성적 판단에 모순되는 것을 믿음으로 해결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건 이 세상에서 비합리적이고 강한 믿음의 실패의 대가는 굉장히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단순히 사이비 종교만 봐도 그렇다. 그들이 처음부터 돈을 바치라고 할까? 사이비 종교들도 처음에는 "이웃을 사랑하고..." 같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교리부터 시작한다. 그러다가 결국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한 채 그들의 신에 빠지게 되면 돌이키기는 굉장히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세상은 어떠한 것을 그렇게 쉽게 믿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오히려 쉽게 믿어서는 안 된다. 이상한 것은 없는지를 빈틈없이 따져봐야 하는 게 옳다는 뜻이다. 특히 거기에 나의 삶이 달려있다면 말이다. 신이 존재한다면, 분명 신도 세상이 이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진정한 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찾을 수 있는 믿을만한 단서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불신의 세상 속에서도 의심 없이 믿을 수 있는 확실한 단서 말이다. 자신이 못 믿을만한 세상으로 만들어 놓고 진정한 신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한 단서 하나도 주지 않는다? 뭐... 신이 둘 중 하나라면 이해가 간다. 전지전능하지 않거나, 우리를 사랑하지 않거나.
이것들은 꽤 오랫동안 나의 궁금증이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얘기해보고 시원찮은 대답을 듣고 나서는 이건 궁금증보다는 이제는 모순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고 내가 교회를 싫어하거나 신자들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신이란 작자가 있다면 이런 걸 좀 따지고 싶긴 하지만 신실한 사람들 자체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때때로 스스로가 자신의 판단이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그저 따라야만 하는 모습이 굉장히 이상해 보일 때도 있다. 요즘 뜨거운 이슈로 예를 들면 동성애 같은 주제이다. "나는 사실 왠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동성애는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니 반대해" 같은 말을 들을 때는 그게 적절한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니체가 이야기한 노예의 도덕이 어떤 의미인지 얼핏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정말 우리들에게 신이란 존재가 있다면, 그리고 정말 인간을 사랑한다면, 내가 죽기 전에는 답을 찾았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