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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y 26. 2020

영화 모임을 준비하는 방법

돌아보면 숱한 과정의 연속들

영화를 고른다 - 그 영화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할까 생각한다 - 개봉 당시 혹은 감상 당시에 남겼던 기록들을 다시 읽어본다 - 그 영화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할까 생각한다 - 그 영화를 다시 본다 - 그 영화에 대한 국내외 주요 리뷰와 비평, 기사들을 읽는다 - 원작 소설이 있는데 읽지 않았다면 되도록 읽는다 - 그 영화에 관해 글을 쓴다 - 그 영화를 다시 본다 - 슬라이드로 보조자료를 준비하고, 이야기 나눌 주요 키워드를 노트에 적는다 - 사운드트랙을 들으며 영화에 대해 나눌 이야깃거리들을 떠올린다 - 영화를 모임에서 함께 본다 - 이야기를 나눈다 - ...

*특히 <블랙 팬서>(2018)처럼 국내보다 해외 자료가 더 중요한 영화인 경우 주요 매체를 골라 개봉 당시 주요 자료들을 더 많이 읽는다.



'블랙 팬서'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 준비하고 참고한 자료의 일부


프립소셜클럽 모임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경험을 하고 있다. 서점이나 카페 등의 공간에서 영화를 현장에서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와, 선정한 영화를 각자 미리 보고 오게 한 다음 모임에서는 곧장 대화를 시작할 때의 차이. 영화를 보지 않고 참석하는 경우 이야기에 제대로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임 전날까지 300자 내외의 짧은 감상평을 미리 받는다. 영화를 현장에서 함께 감상할 경우 아무래도 주요 장면과 그 세부가 더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지만 집에서 영화를 미리 볼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말인즉, 호스트가 준비해야 할 것은 더 늘어난다. 더 많은 이야기를 생각하고 더 많은 준비를 해야 원활한 모임을 진행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참가자들의 경험적 측면에서도 더 좋다.


'씨네엔드'에서 진행 중인 모임 '월간영화인' 중에서


잘해나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4회로 구성된 프립소셜클럽 <영화가 깊어지는 시간> 모임의 2회차를 마쳤다. 어떤 것에 관해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은 그것을 가르치거나 설명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영화를 주제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지 6년 차가 되었다. 매번 생각하는 다짐은 '이 자리에서 내가 이야기를 가장 적게 하는 사람이 되어야지'이고 그 다짐은 언제나 반드시 실패한다. 좋아하는 영화에 관해서는 공유하고 싶은 생각과 감상, 정보들이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는 더 자주 실패할 것이고, 이야기를 끝마친 자리에 남아 자신이 꺼낸 이야기가 온당한 것이었고 나눌 만한 것이었는지를 거듭 돌아볼 것이다. 말하기 전에 생각하고, 말하고 나서도 그 말을 떠올려보는 일들. (2020.05.23.)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뉴스레터 '1인분 영화'(링크)

*신세계아카데미 2020 여름학기 글쓰기 강의 '나만의 영화 감상평 쓰기'(링크)

*씨네엔드 영화 살롱 '김동진의 월간영화인'(링크)

*탈잉 원데이 클래스 '오늘 시작하는 영화리뷰'(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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