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도입부였나. 첫 장면이었나. 어떤 이름 모를 고대인이 자연재난으로부터 살아남지 못하고 죽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전후 맥락도 없이 도무지 이것밖에는 떠오르는 게 없다. 장르가 SF였는지 아니었는지, 감독이 누구였는지, 무슨 내용인지. 아니, 첫 장면이 아니었나. 영화 평점 애플리케이션에서 내가 평점 남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를 훑었고 포털 사이트에서 수십 가지의 검색 조합들을 넣어보았지만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3월호, ‘엣지 오브 투모로우’ - '얼마나 많은 죽음들을 견뎌냈나요' 중에서 (2020.03.11.))
3월에 언급했던 그 영화는 여전히 찾지 못하는 중이다. 어느날 문득 찾아지거나 떠오르겠다는 생각 중이지만, 종종 더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다. 갖가지 조합으로 국문과 영문 검색도 해보고. 오늘은 그래서 나름대로 후보작으로 떠올렸던,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2011)와 데이빗 로워리의 <고스트 스토리>(2017)를 각각 다시 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봤지만 내가 생각한 장면은 없었다.
이래서 이야기에서 언제나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장면 자체가 아니라 전체 흐름과 맥락이다. 그 장면만 가지고는 말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오늘은 일단 왓챠피디아 앱에서 내 평점 목록 처음부터 끝까지를 다시 찬찬히 훑을 작정이다.이런 건 찾고 싶어진다. 그 영화가 어떤 내용과 주제였는지도, 왜 그 장면을 희미하게 기억했는지도 궁금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