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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Sep 09. 2020

5년 전 어느 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단지 내 것을 쓰는 사람


브런치 작가 신청 후 승인을 받았던 이메일.

2015년 9월 4일, 브런치 작가 승인 이메일을 받았다. '이맘때였던 것 같은데...' 하면서 메일함을 찾다 보니 정말 이맘때의 일이었다. 쓰는 사람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니, 2013년 7월부터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했고 인스타그램을 2014년 5월 무렵부터 운영했으므로 이미 기록은 시작되어 있었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이후 그것은 실질적으로 한 번 더 시작되었다. 별로 달라진 건 없지만 5년 전을 떠올리며 지금까지의 간단한 소고에 해당하는 기록을 덧붙인다.


2015년 10월, 제1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그 영화에 이 세상'(현 '그 영화에 이 세상은 없겠지만') 매거진으로 은상을 수상했다. 그때의 브런치북 프로젝트 수상 규모 등은 지금과 꽤 차이가 있었고 내게는 '출간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약간의 상금이 주어졌다. 다만 그것 자체는 당연히 대단한 영향력 같은 게 있는 일이 아니었고, 나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글을 계속해서 썼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1회 은상 수상작들, 그리고 브런치 구독자 1만이 되었던 순간의 캡처 기록



요즘 종종 듣는 말은 '어떻게 구독자가 그렇게 많은가'라는 물음이다. 내 답은 크게 두 가지인데 그 대답의 빈도는 대략 8대 2 정도다. 후자는 뒤에 언급하겠다. 전자는, '단지 브런치를 오래 했기 때문'이라는 것. 부연하자면 스스로 대단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어서,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건 무언가를 꾸준히 오래 해보는 것'이라고 자주 말한다.


오래 쓰다 보니 아주 조금씩이라도 조회수가 올라가고 어쩌다 다음 웹이나 카카오톡 채널 등을 통해 글이 노출되면 그것보다 좀 더 조회수가 올라가기 때문에, 글을 읽은 누군가는 그 글을 쓴 작가의 브런치 계정을 구독하기도 할 것이다. 지금 브런치 구독자 1만 명이 넘는 작가는 모두 브런치를 '오래' 운영한 분들이다. 몇 년 이상.


브런치 구독자가 1만 명이 된 건 2018년 11월 29일의 일이다. 구독자 표시가 '1.3만'이 된 건 2020년 6월 26일의 일이다. 그렇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숫자로 표시되는 값은 늘어왔다. 물론 외부 유입을 통해 생기는 구독의 특성상 브런치 내에서의 피드백('피드백'이라 칭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건 '리액션'과 구분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단적으로 말해 구독자 수가 7천 명일 때나 1만 2천 명일 때나 내가 브런치에 발행하는 글 한 편에 대해 라이킷 수나 댓글 수 같은 건 차이가 '없다'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내 글을 누가 몇 명이 읽는지 모르고, 그리고 모른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내 브런치


두 번째 대답은 조금 다른 데 있다. 언젠가 작가를 몇 명 구독하면 기간제 카카오 이모티콘을 주는 이벤트가 있었다. 나도 수상 작가 혹은 추천 작가로 그 목록에 올라 있었던 모양인지, 앱 알림을 꺼두어야만 할 만큼 며칠간 구독 알림이 쏟아졌다. 그때 구독자가 몇 명 늘어났는지 세어보진 않았지만 천 단위였다. 물론 그중 실제로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다른 작가의 글을 구독해 읽는 데 매력을 느끼고 브런치의 실 사용자가 된 이도 없지 않겠지만, 상당수는 이모티콘을 받기 위해 무심히 구독 작가 수를 채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기록은 쓰는 이의 마음부터 어루만진다."
(안정희,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에서)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영화에 대해서 글을 쓰는 사람은 아주 아주 아주 아주 많고 나는 그중 한 명에 불과하고 내 글이 몇 천, 몇 만 명에게 읽히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건 거의 하지 않는다. 오직 스스로를 위해서 쓴다고 하는 편이 더 중요하고 더 마땅하다. ('피드백을 기대하고 글을 쓰지는 마세요'라고도 쓴 적 있다.) 


(네이버 블로그로 말하자면 이웃 교류를 하듯이)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들과 '교류'를 하기 위해 억지로 시간을 들이려 하지 않는 것도 이 공간이 전적으로 본인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공개된 플랫폼에 글을 쓰지만 자신을 우선시한다는 건 정말이다. 누군가 읽어주면 그건 그것대로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 것이고. 인스타그램에서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글에 기계적으로 좋아요를 누르는 일 같은 걸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아서 최대한 읽은 글에만 표시를 남기려고 노력한다.


브런치에서 다른 작가들과의 교류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건 잠시였다. 내 경험상 (브런치보다는 인스타그램에서 더) 서로의 관심사나 글을 쓰는 태도 등이 비슷한 이들과는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온, 오프라인으로 교류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하루에도 보고 싶은, 혹은 봐야 할 영화, 드라마, 들을 노래, 읽을 글 등이 넘쳐나는 편이라 인위적인 목적성을 가지고 무언과 시간과 품이 드는 일을 추가하고 싶지는 않았다.



브런치에서 영화에 대한 리뷰는 주류 분야가 아니다. 내 글도 외부 채널을 통해 유입이 늘어난 사례는 많이 있지만, 소위 말하는 폭발적인 반응 같은 게 있지는 않았는데 그건 아주 뛰어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에세이나 실용 분야의 글에 비해 영화 리뷰가 결코 독자층이 넓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내 계정의 누적 조회 수도 글 쓴 기간과 발행 글 수에 비해 아주 높은 편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조회수가 15만이 넘은 글이 두 편이 있고 조회수가 5천이 넘은 글이 60여 편이 있고 공유 수가 100회를 넘어간 글이 두 편 있는 정도다.


(왼쪽부터) 씨네엔드 '월간영화인', 관객의 취향 '써서 보는 영화', 그리고 영화 <틴 스피릿> 개봉 당시 키노라이츠 GV 현장에서.


2019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에서, 그리고 2019 카카오 크리에이터스데이 현장에서.


당연히, '브런치 5년 해봐야 달라지는 없어요' 같은 말이나 하자고 글을 시작한 아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수상이나 브런치 구독자 외부적으로 보일 만한 어떤 지표가 분명 어떤 영향력으로 작용하기는 것인지,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에 일어난 일들의 상당수지금의 생활에 변화를 것들이다. 가령 신세계아카데미 강좌를 개설하거나 프립소셜클럽의 호스트가 등은 내게 'N잡러'를 꿈꾸게 만들어주었다. 여러 활동을 시간을 쪼개어 병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런치에 쓰는 영화 리뷰의 양이 줄어든 어쩔 없지만, 이메일 월간 연재 [1인분 영화]를 통3회 마감을 하고 있으므로 글을 쓰는 양은 결코 줄지 않았다. (2019년 3월 처음 시작한 이 이메일 연재를 통해 지금까지 쓴 원고는 30만 자가 넘는다.) 모임 진행을 하다 보니 잡지 등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해외 주재 대사관으로부터 현지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영화 해설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밖에 외부 기관이나 매체, 플랫폼 등을 통해 기고 제안을 받을 때가 가끔 있다. 이것들은 모두 브런치가 내게 준 변화다.


보여주기 위해, 더 많이 읽히기 위해, 유명해지기 위해 글을 썼다면 지금과 같은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단지 내 것을 쓰는 사람이었고, 쓰는 사람이다. 오늘처럼 내일도 다만 그럴 것이다. 1인분의 영화 글을 채워나갈 따름이다.





인스타그램: @cosmos__j

그 외 모임/클래스 공지(씨네엔드 월간영화인, 프립소셜클럽, 신세계아카데미 등): lnk.bio/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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