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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ug 10. 2020

이유보다 행동 자체가 중요한, 무목적성의 오락 액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리뷰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


'다만'이라는 부사를 검색하면 먼저 '다른 것이 아니라 오로지'라는 말이 나온다. 아마도, 어떤 대가와 희생을 치르든 상관없이 오직 누군가를 그것으로부터 구해내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뜻.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영제 'Deliver Us From Evil'에는 '우리를'이라는 말이 더해져 있는데, 누군가를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려는 일 자체가 스스로를 구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인남'은 한 아이를 만나고 나서야 "살고 싶어 졌다"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삶의 목적이 생겼다. 목적이 생긴 사람이, '목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위협을 만난다. '레이'는 "이제 이유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양쪽 다 전부를 걸고 서로를 향해 내달린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누가 살고 누가 죽는지가 아니라,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엇을 보여주는가 하는 데 있겠다. 결국 악으로부터 구해졌을까.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어쩌면 섣불리 희망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어쩌면 그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의 앞에서 모르는 척 말하는 건 오히려 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금방 돌아오겠다고, 그래서 말한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는 대신 "아이의 손을 잡고 언덕을 오르는 상상"(안희연,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을 잠시 하게 하는 영화이기도 했지만 결국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조밀한 서사와 잘 표현된 감정보다는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서로 충돌하는 순간의 에너지 자체에 집중하는 것 같다. 공간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고 캐릭터의 표정으로 전부를 설명하는, 결국 사운드와 이미지로 말하는. 내용 자체보다 그릇과 모양이 더 중요해진다.


이제 한국영화에 대해 말할 때 촬영이나 음향, 혹은 미술과 같은 기술적 성취에 대해서는 굳이 외화, 특히 할리우드의 그것과 애써 비교하는 게 큰 의미가 없을 만큼 소기의 발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무대가 방콕으로 옮겨지는 순간 (지명을 표기한 커다란 자막이 화면을 잠시 가리기도 하지만) 이제부터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이미지 자체가 이미 말한다. 인물과 인물(들)이 부딪히고 대결하는 순간에는 고속 촬영이 다소 빈번하게 쓰이지만 액션 연출에 공들였다는 점을 능히 설득시킨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


큰 비중과 역할 없이 금방 소모되는 캐릭터가 몇 있다. 어떤 캐릭터는 스스로 생동한다기보다 서사의 필요에 따라서만 쓰인다는 인상도 준다. '다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목적이 캐릭터의 전사와 현재를 긴밀하게 연결하고 각각의 행동들의 이유를 설명하는 데 있지는 않은 것으로 느껴진다. 결국 중요해지는 건 액션 연출 자체가 얼마나 잘 되었느냐 하는 것일 텐데, 칼을 쓰는 두 사람의 대결에는 갖가지 총기류가 등장하기도 하고 공권력과 폭력 조직이 개입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일 대 다 상황에서 수적 열세인 쪽이 적들을 제압하는 모습은 구성과 촬영 방식 면에서 다채롭게 구현되었다. 자주 언급되는 <아저씨> 같은 영화보다는 <끝까지 간다>나 <악마를 보았다> 같은 영화를 더 떠올리게 한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동안 "그래서 왜 만든 거야?"라고 말하는 다른 관객의 대화를 들었다. '왜'를 영화가 충분하고 세밀하게 설명해주기를 바랐다면 실망할 수 있겠지만, 이미지 자체가 주는 인상과 미학을 중심으로 영화를 따라간 관객이라면 좀 더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이유보다는 행동 자체가 중요한, 무목적성의 액션과 그 결과물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각자에게 달려 있겠지만.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메인 포스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홍원찬 감독

2020년 8월 5일 개봉, 108분, 15세 관람가.


출연: 황정민, 이정재, 박정민, 박소이, 최희서, 박명훈, 오대환 등.


제작: (주)하이브미디어코프

배급: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

(★ 6/10)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예고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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