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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ug 17. 2020

악의 마음을 읽는 일의 노곤함과 지난함

넷플릭스 드라마 '마인드헌터'(2017)를 보고

FBI에서 인질 협상에 대해 가르치는 요원 '홀든 포드'는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학에 다시 들어가 범죄심리학 교수의 강의를 듣고 사회학을 전공하는 연인과도 범죄와 사회에 관해 이야기 나눈다. 당시 FBI에서는 범죄심리학 분야를 그리 높게 대우하지 않았지만 홀든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그의 상사는 행동과학부 요원을 소개해준다.



샤를리즈 테론의 제안으로 데이빗 핀처에 의해 제작된 넷플릭스 드라마 <마인드헌터>(2017)(시즌 1의 1, 2, 9, 10화는 핀처 감독이 직접 연출까지 했다) FBI에서도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1970년대, 악의 마음을 읽으려고 분투했던 이들을 중심으로 한 생생한 서사와 연출로 직업 뒤에 가려진 복잡한 얼굴들을 들여다본다. 그들은 '범죄는 범죄자이기를 타고난 사람이 저지른다'라는 단순한 사고에서 벗어났고 그것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현상이자 환경적 문제로 적극적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데이빗 핀처의 숱한 걸작 중에서도 특히 <조디악>(2007)을 떠올리게 만든다.


<마인드헌터>가 명작인 건 범죄 심리를 연구하는 주역들이 전혀 영웅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실수하고 방황하며 고민하고 망설이며 실패한다. 그런 인물들의 시선에서 <마인드헌터>는 결과물로서의 범죄 자체에 주목하지 않고, 준비되지도 연구되지도 않은 미지의 분야 한가운데에서 느끼는 막연함과 두려움, 그럼에도 아주 조금씩 어떤 진실에 접근해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공들여 담아낸다. 완벽하게 모든 것을 꿰뚫는 드라마가 아니라 불완전하고 경우에 따라 미성숙하기까지 한 인물들이 모여 아직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많고 그것에 쉽게 답하지 않고 복잡하게 질문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드라마의 존재가 각별하다. (게다가, 넷플릭스의 안목!)


넷플릭스 드라마 '마인드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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