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책을 불쑥 만들어 내밀었던 2년 전 여름. 책의 뒤표지에 "현실도 아닌, 스크린 속의 가짜 이야기들에 대체 무엇하러, 무엇이 좋아 그리도 빠져들었느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저는 언제나 그 영화의 그 이야기들이 지금의 이곳, 여기와 희미하지만 반드시 닿아 있다고 느껴왔습니다. 그리고 그 모호한 느낌들을 되도록이면 생각한 만큼 표현해내고자 하는 것이, 이렇게 글을 쓰는 유일한 까닭입니다. 이 세상에는 그 영화들이 있으니까. 그들 중에는 당신과 함께 본 영화들이 있으니까요. 말보다 글이 편한 사람이라, 영화에 관한 고백들을 문장으로 대신합니다."라고 썼다. (2018.08.20.)
꼭 1년 전 2년 전이 아니어도 과거에 남긴 기록을 종종 다시 검색해 읽는 편이다. 간혹 '이런 걸 썼었군�'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이런 걸 썼었나�' 하는 쪽이 더 많다. 그때는 단지 쌓는 일에 치중해보았다면 요즘은 양질의 좋은 것을 짓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행히 글을 나름대로 빨리 쓰는 편이어서, 그동안의 원고들을 보니 분량이 스스로 생각해도 꽤 방대하다. 일단 이메일 연재로 생긴 원고만 30만 자가 넘고, 그 외 인스타그램과 브런치 등을 포함하면 평균적으로 매일 적어도 500자 이상은 무조건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주일이면 3,500자, 한 달이면 15,000자.
어제는 편집자가 쓴 책 만들기에 관한 책을 샀다. 인디자인을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직도 실행하지 못했다. 오늘도 퇴근 후에는 이메일 연재 원고를 써서 보낼 것이다. '그때의 나, 이런 걸 써냈군!�' 하고 만족까지는 아니어도 부끄러워하지는 않을 만한 글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어려울 거라는 것도 알지만. 어느 분이 얼마 전에 말씀해주신 '성실한 진심'이라는 말을 아직 잊지 않고 있다. "안타깝게도 진심은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진심 역시 '잘 설계된 우회로'를 통해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김영하, 『보다』(2014, 문학동네)에서)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영화와 세상 사이, 나와 당신 사이의 길을 잘 설계하는 것이겠다. (2020.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