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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n 29. 2021

내 결정엔 변화가 없고, 이만 자야겠어요

영화 ‘더 포스트’(2017) 속 어떤 결정

https://brunch.co.kr/@cosmos-j/1301


영화 ‘더 포스트’ 스틸컷


앞서 게재한 리뷰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더 포스트>(2017)​에서 캐서린이 해야 하는 의사결정은 두 번에 걸쳐 일어난다. 첫 번째는 그것을 진행할지의 여부이며 두 번째는 하기로 한 그것을 지속할지의 여부다. 전자에서는 망설임이 앞섰지만 후자에서는 확고해진다. 그 계기 역시 두 가지다. 하나는 편집국장 벤이 이 기사가 베트남에 파병 중인 미군을 다치게 하지 않음을 확신한다고 한 것이고, 더 중요한 다른 하나는 언론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것이다.

캐서린은 IPO를 앞둔 신문사의 사업설명서에 기재된 "뛰어난 뉴스를 찾아 보도한다"와 "국가의 안녕과 자유 언론의 원칙을 위해 헌신한다"라는 내용에 주목한다. 통상 사업설명서나 투자설명서 등 기업공개나 증자를 위해 회사가 만드는 서류는 수백 페이지가 넘는데, 남들보다 몇 배로 공부하고 노력했던 캐서린은 그걸 당연히 다 읽었을 것이다. 이미 아는 내용도 한 번 더 읽었을 것이다.



영화 ‘더 포스트’ 스틸컷

"내 결정엔 변화가 없고, 이만 자야겠어요."


"대통령에게 "싫다"라고 말하는 건 어려운 일이야"라고 딸에게 자조적으로 말했던 캐서린은 자신의 결정이 회사의 안위를 좌우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언론의 미래를 좌우하기도 한다는 걸 알았다. 아버지의 회사, 남편의 회사이기만 했다면 캐서린은 이런 결정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내 결정"이기 때문에 변하지 않고 지켜내야 하는 가치가 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캐서린의 판단은 옳았고 1971년 12월 18일 자 바로 그 펜타곤 페이퍼 기사는 워싱턴포스트를 중소 지역지가 아닌 전국구의 매체로 도약시킨다. 기업을 경영하는 정도의 일이 아니어도 인생에는 몇 번의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 찾아오는데, 그럴 때마다 그 위험 부담을 끌어안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어쩌겠어. 그 불확실함과 불완전함을 끌어안고 우리는 다만 계속해서 내일 아침을 맞이할 따름이다.


영화 ‘더 포스트’ 스틸컷


https://www.netflix.com/title/80192932

https://youtu.be/nrXlY6gzT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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