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개봉 예정이었던 작년 연말에 봤어도 비슷한 생각을 했겠지만, <콰이어트 플레이스 2>(A Quiet Place Part II, 2020)와 같은 영화야말로 극장에서의 관람 경험에 최적화된 작품이다. 함께 숨 죽이고 인물들의 주위를 살피며 혹시나 하는 위험 상황을 염려하는 마음 자체가 관객을 이 잘 설계된 무대의 일원으로 이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2018)로 이미 체험시켰던 설정이 속편에서는 그 신선도 혹은 쾌감의 측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기획은 얼핏 성공하기 쉬운 저예산 호러처럼 보이지만 결코 만만한 작업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편의 공동 각본에 이어 이번에는 단독 각본으로 존 크래신스키는 영화 밖에서나 안에서나 애보트 가족을 살핀다.
전편과의 결정적인 차이이자 파트 2가 성공적이고도 모범적인 속편일 수 있는 이유는 전편이 '에블린'(에밀리 블런트)과 '리'(존 크래신스키) 중심이었다면 그것을 '리건'(밀리센트 시몬스)과 '마커스'(노아 주페)에게로 온전히 옮겨냈다는 점 때문이다. 보호받던 이들이 스스로를 지켜내고 또 스스로를 지켜주었던 이를 보호해낼 수 있게 되기까지.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스틸컷
밀리센트 시몬스가 주역이 되어, 전편에서 '리'가 만들어주었던 인공와우를 활용한 아이디어를 실행해내는 일련의 전개는 '에밋'(킬리언 머피)의 은신처에 남겨진 이들의 서사와 훌륭하게 교차 편집되어 있다. 특히 마르코 벨트라미의 스코어 'Encouraging Feedback'이 흘러나오는 클라이맥스는 전편에 이어서 충실히 쌓아온 애보트 가족의 이야기가 주는 감정이 집약돼 있으면서도 남매의 성장에 뭉클함까지 느끼게 한다.
처음부터 시리즈를 의도한 기획은 아니었으나, 전편이 'Day 89'부터 시작했던 것이 이번 속편이 마치 프롤로그처럼 'Day 1'부터 출발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 기술적으로나 서사적으로나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여전히 숨 막히고 여전히 긴박한, 무대를 확장하고도 그 몰입도와 완성도를 전혀 잃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탄탄한 속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