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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ug 29. 2021

오락영화의 간단하고 명민한 기획력

영화 '인질'(2021) 리뷰

불길한 상황은 때와 장소나 직업을 가려서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유명한 사람일수록 불특정한 다수의 상황과 사람에 노출되어 있고 오히려 타깃이 되기 쉽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현실적'이라는 건 소재로만 획득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어떤 경우 현실성은 이미지를 통해 영화와 영화 바깥을 넘나드는 방식으로 확보되기도 한다.


이야기의 규모는 물량이나 비용만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기획력에 있다는 걸 <인질>(2021)은 잘 보여준다. 황정민은 주연을 넘어 기획의 주역이자 영화의 전부인 것이나 마찬가지인 역할을 하고, <인질>은 텐트폴 작품 치고는 제작비가 아주 많이 들어간 편은 아니지만 한정된 공간과 자원을 최대치로 활용해낸다. (작중 '황정민'의 가족을 등장시키지 않은 점이나 납치범 일당의 캐스팅 측면에서도 이 기획은 꽤 잘 만들어졌다)


영화 '인질' 스틸컷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최철기'(<부당거래>)나 '서도철'(<베테랑>)이 아니라 황정민의 이미지나 "드루와"(<신세계>)와 같은 단편적인 것들일 테고, 연예인에 대하여 사람들은 미디어 등을 통해 본 일부를 가지고 그것을 전부인 것처럼 왜곡/착각하거나 혹은 일정한 이미지를 요구("착한 척하지 마") 하기도 한다. <인질>에서 '황정민'을 납치하는 이들은 대부분 '보통 사람'의 범주를 벗어나는 행동과 사회성을 보이지만 연예인을 대중이 소비(혹은 소유)하는 방식 자체도 <인질>은 기획과 착상의 일부로 삼는다. (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대중보다 연예인이 확실한 을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물론 <인질>은 대단하고 뚜렷한 메시지나 함의를 담으려 하기보다 어디까지나 (94분밖에 안 되는 상영시간이 잘 말해주듯) 여름철 극장에서 만나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여름/겨울 극성수기에 개봉한 천만 영화부터 명절 영화, 혹은 장르적 색깔이 뚜렷한 작품들과 드라마, 뮤지컬까지 거의 모든 종류를 경험한 황정민 외의 다른 경우의 수를 떠올리기 어렵지만(이건 그 배우가 동원한 관객 수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이런 기획과 시도가 한국 영화계에서 좀 더 많이 논의되고 실현되었으면 한다.


영화 '인질' 메인 포스터

*인스타그램: @cosmos__j

*모임 및 강의 등 공지사항: bit.ly/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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