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드 가이즈'(2022) 리뷰
<저수지의 개들>(1994)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오프닝을 지나면, <오션스> 시리즈나 <분노의 질주> 시리즈 부럽지 않은 카체이싱 신과 하이스트 장르의 오락적 쾌감과 재미가 애니메이션에 구현된다. 드림웍스의 신작 <배드 가이즈>(2022)는 샘 록웰, 아콰피나 등 좋은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개성과 매력 있는 캐릭터들에 구현돼 실사의 한계를 넘어 애니메이션만이 할 수 있는 종류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배드 가이즈>의 큰 흐름은 시놉시스에서 짐작할 수 있는 바와 같다. 다수의 강도 행각으로 시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 강도 조직 '배드 가이즈'는 주지사와 경찰청장이 직접 나설 만큼 악명이 높다. 그 배경은 숙련된 팀플레이에 있다. 리더이자 작전을 설계하는 두뇌 역할을 하는 '울프'(샘 록웰)부터 금고 해체 전문 '스네이크'(마크 마론), 변장과 연기 전문 '샤크'(크레이그 로빈슨), 다혈질의 행동파이자 파이터인 '피라냐'(안소니 라모스), 그리고 해킹 천재 '타란툴라'(아콰피나)에 이르기까지 다섯 캐릭터의 역할 분담과 재주는 명확하다. '올해의 착한 시민'을 선정해 수상하는 시상식에서의 황금 돌고래 트로피를 노리던 '배드 가이즈'가 사소한 실수로 검거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배드 가이즈>의 도입이다.
시상식의 이름은 '착한 사마리아인' 상. 상을 받을 예정이었던 '마말레이드 박사'는 자신이 받을 트로피가 도난당할 뻔한 상황임에도 오히려 '배드 가이즈'의 다섯 일당을 교화시킬 것을 제안한다. 착한 행동을 하면서 악당의 삶을 청산하고 개과천선할 수 있음을 '실험'하겠다는 것. 처음에는 당분간만 '착한 척'을 하려고 했던 '배드 가이즈'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치 못했던 여러 변수들과 고민들을 마주하게 되고, 주지사 '다이앤 폭스'(재지 비츠)의 활약이 더해지며 <배드 가이즈>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나아간다.
거창한 스토리 같지만 <배드 가이즈>는 그다지 큰 야심을 갖고 있는 작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 추격 신의 쾌감과 스릴, 그리고 저마다의 역할 분담에 의거해 공동의 목적 달성을 위해 협업하는 '배드 가이즈' 각 캐릭터들의 매력을 기반으로 한 '작전'이 주는 긴장감으로 100분 내내 이야기를 지탱한다.
중후반 펼쳐지는 일종의 반전도 그리 예상하기 어려운 종류의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이 장르에 이미 익숙한 이들이라면 뻔하다고 여길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겉으로만 요란한 그저 그런 애니메이션으로 기억할 수도 있겠다. 지금 주목하는 건, <배드 가이즈>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새 회장 마지 콘(Margie Cohn) 취임 후의 실질적인 첫 작품이라는 점이다. 애니메이션에서 하이스트 장르가 시도된 적은 이미 있었지만 드림웍스에게는 <배드 가이즈>가 처음이다. 호주의 작가 애런 블레이비의 원작을 토대로,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오락성에 충실한 작품이 탄생했다. <배드 가이즈>의 결말은 속편의 여지를 조금은 남긴 채로 맺어진다. 언젠가 나올지도 모를 <배드 가이즈 2>를 기다려본다.
<배드 가이즈>(The Bad Guys, 2022), 피에르 펠리펠 감독
2022년 5월 4일 (국내) 개봉, 100분, 전체관람가.
(목소리) 출연: 샘 록웰, 마크 마론, 크레이그 로빈슨, 안소니 라모스, 아콰피나, 리차드 아요아데, 재지 비츠, 릴리 싱, 알렉스 볼스타인 등.
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