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좋은 이름'(2019)과 서점 리스본
"그러니 때때로 우리가 허공에 던진 부메랑이,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는 듯하다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고, 가지 말아야 할 자리로 가거나 잘못된 장소에 도착한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 이야기를 공들여 바라보고 싶습니다. 떠날 때 부메랑과 돌아온 부메랑은 같은 것이 아니란 걸 선배처럼 믿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더 던지고 다시 온 힘을 다해 던지는 안부 속에서 선배의 일상이 평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언어와 감정이, 사람이, 순결하지 않아 자주 오해받고, 상처 주며, 절망하는 일도 잦겠지만. 떠난 자리로 번번이 돌아오고야 마는 소설의 성질을, 이야기의 관성을 앞으로도 받아내지 않을 도리가 없겠지요. 부메랑이 돌아오는 동안 저도 눈 덮인 선풍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눈발을 맞으며 언니 옆에 쪼그려 앉아 있으려 합니다. 불 쐬듯 눈을 맞으려 합니다. 그러곤 탈탈탈탈 돌아가는 선배의 선풍기를 보며 이렇게 중얼거릴 거예요.
"저 파란 날개 좀 봐. 성희 언니 손바닥을 닮았네, 손바닥을 닮았어."
그리고 오늘 손바닥에 푸른 멍이 들 정도로 선배에게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김애란, 『잊기 좋은 이름』에서 (열림원,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