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 3'(2023) 리뷰
워낙 한국영화계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캐릭터이자 배우다 보니, '마동석'이라는 이름이 영화에 등장하는 순간 생겨나는 영화 안팎의 어떤 분위기 같은 것이 있다. 그러니까 그는 이 <범죄도시> 시리즈의 (기획으로도 참여한) 핵심 그 자체다. 관객은 마석도 형사가 각종 흉악범들에게 해코지를 당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오히려 그들을 주먹으로 일망타진하리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액션 시퀀스에 대한 고민이나 새로운 얼굴들을 등장시키는 방식 등에서 여전히 <범죄도시 3>(2023)는 시리즈로서의 자질을 한껏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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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이준혁이든 아오이 무네타카든 '마석도'의 주먹은 어김없이 내리치고 관객은 어쩌면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미 그러한 일들이 펼쳐지리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관건은? 이것이 속편을 통해 이어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미 <범죄도시 4>가 올해 2월 크랭크업 했고, 2편과 3편의 무술감독인 허명행이 <범죄도시 4>의 연출자로 올랐다. 이것 자체도 <범죄도시> 시리즈가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한다.) 후속 영화를 암시하면서도 굳이 불필요한 서사를 부여하지 않고도 <범죄도시 3>는 여름철 오락영화로서의 본분을 다한다. 관객이 할 일은 마석도가 금천경찰서에 있든 광역수사대에 있든 어김없이 범죄자들을 때려잡으리라는 짐작이 어떻게 현실로 스크린에 펼쳐지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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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사건이 지나간 뒤 3편의 결말 혹은 그것이 펼쳐지는 방식은 거의 정확히 2편의 그것과 일치한다. 이곳저곳 쑤시고 다쳐도 그들은 술 한잔 걸치는 회식을 하고 난 뒤 평소와 다름없이 '또 다른 사건'을 찾아 나설 것이다. 6/10(토) 기준 <범죄도시 3>는 전국 7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이 지표는 적어도 현시점에서 극장 관객들이 선호하는 엔터테인먼트의 가치를 충실히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기획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한국영화 시장 특성상, 앞으로도 한동안 이런 '시리즈'는 흔치 않을 것이다. '한국영화 위기론'이 나오는 지금, 남은 올해 어떤 작품들이 '극장'을 찾을지 가늠하며 약간의 우려와 기대 속에서 상영관을 나선다.
<범죄도시 3>는 전작들의 주인공 ‘마석도’가 이어서 극을 이끄는 만큼 태생적으로 2편(2022), 그리고 1편(2017)과 비교되거나 혹은 비교당할 수밖에 없다. 상기 언급한 것처럼 ‘마동석’이라는 이름이 이미 관객들에게 형성한 일련의 이미지가 있고, 그건 클로이 자오의 <이터널스>(2021)에서도 일부 레퍼런스로 쓰였을 만큼 특별한 설명이 필요치 않을 듯하다.
1편이 윤계상이 연기한 악역 ‘장첸’을 통해 ‘범죄도시’라는 명료한 제목과 캐릭터를 각인시켰다면 2편에서는 손석구가 연기한 ‘강해상’이 전작의 장첸에 다소 비교되기도 했으나 충분한 존재감을 남겼고 (연출자가 바뀌며) 액션 측면에서 한층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편이 흥행 면에서 전작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면서, 본격적으로 시리즈화를 선언한 <범죄도시>에는 한편으로 부담이 생겼다. 아무리 ‘마동석’이라 해도, 비슷한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반복하는 건 관객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고 수많은 외화 프랜차이즈들로 관객 취향의 눈높이가 높아진 상태에서 언제까지나 <범죄도시>가 호응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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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과 그리 길지 않은 간격을 두고 3편을 이어서 연출한 이상용 감독의 선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둘로 대변될 수 있겠다. 그 첫 번째는 악역 캐릭터의 확장인데, <범죄도시 3>에서 마석도와 직접 대립하게 되는 인물은 ‘주성철’(이준혁)이지만 중간에 일종의 변수처럼 추가되는 인물은 작중 소재가 되는 마약거래를 두고 일본에서 소위 해결사로 파견된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다. 주성철과 리키는 마석도와 대립한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 그 자체로 활력과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전작과 비교할 만한 3편의 두 번째 선택은 유머다. 세부적으로는 마석도/마동석의 캐릭터 자체를 활용한 것이다. 마약거래의 배후를 추적하기 위해 마약의 포장과 유통에 관여하는 ‘김양호’(전석호)를 심문하는 장면에서 호텔 객실의 움직이는 침대를 활용한 대목이라든지, 동료 경찰들이 중요한 상황마다 마석도보다 현장에 한 발 늦게 도착하는 것을 두고 석도가 직접 “맨날 늦게 와”라며 투덜거리는 대목 등 <범죄도시 3>는 액션만이 아니라 캐릭터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유머의 활용이 (전작들보다) 두드러진다. 전작에서 활약했던 주요 (악역 등) 캐릭터들이 등장하지 않고 마석도 또한 금천경찰서에서 광역수사대로 발령되어 더 이상 ‘금천서 강력반’ 형사들 사이의 소위 ‘티키타카’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범수, 김민재 등 새로운 얼굴들이 합류한 이번 영화에서 이는 제법 효과적인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범죄도시> 1편에 비해 2편과 3편의 상영시간은 공통적으로 약 15분가량 짧다. 한편으로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오락에 충실하기 위한 선택으로 헤아려지지만, 빌런이 둘로 늘어나고 여러 새 얼굴들이 등장한 이번 3편에서 이는 약점으로 귀결되는 면도 있다. 인물 관계의 변화와 확장을 다룰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반으로 가면 갈등의 발단이 되었던 20kg의 ‘하이퍼’ 약물의 행방 자체, 그리고 배후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이치조’(쿠니무라 준)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그 의미가 퇴색된다.
2편이 1,269만 명의 극장 관객을 동원하며 대성공한 이듬해에 나온 3편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모두 섞인 시선들이 집중되고 있고, 이미 올해 2월 크랭크업 한 <범죄도시 4>(2024?)에 대해서도 그래서 관심이 모아진다. 개인적으로는 ‘시리즈 영화’가 아직 완전히 자리잡지 않았고 시장 규모와 특성상 안전한 기획이 양산되기 쉬운 한국영화계에서 <범죄도시>와 같은 영화의 시리즈화에 대해 여전히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이미 10편까지 만들어진 <분노의 질주> 시리즈나 7편 공개를 앞두고 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처럼, (규모와 여러 면에서 이들과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범죄도시> 시리즈는 주연 배우가 직접 기획과 제작에도 관여한다는 측면에서 자국 영화에서 흔치는 않은 시도로 여겨진다. 전작들의 성공을 앞으로 나올 <범죄도시>의 속편들이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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