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주제로 영화 글을 썼습니다
카페는 공간만 파는 곳이 아니라 시간도 파는 곳이다. 그곳에서 읽은 책, 누군가와 나눈 이야기, 문득 바라본 것들은 기억이 된다. 그렇다면 카페는 기억을 형성시켜 준 곳이고 만약 일생을 돌아볼 때 커피를 마시던 순간의 숱한 경험들이 지금을 있게 해 주었다고 믿을 수 있게 된다면, 음료의 값어치로는 표현될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 카페에서 일어났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순간이 정말 중요하다면, 혹은 달리 의지할 데 없이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품어본다면, 그 사람에게는 적어도 그 순간이 자기 인생의 황금기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다.
영화 <카페 벨에포크>(2019)의 주인공 ‘빅토르’(다니엘 오떼유)도 그런 사람이다. 그에게 자기 인생의 황금기는 다름 아닌 아내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던 ‘1974년 5월 16일’이다. 아내와 데면데면한 채 소위 ‘중년의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 ‘빅토르’에게 그 시절은 ‘벨에포크’가 뜻하는 바처럼 자신의 황금기다. 흔히 시간여행을 소재로 삼는 영화가 ‘타임머신’과 같은 특정한 기법을 사용하지만 <카페 벨에포크>에서는 물리적으로 그것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행해진다. 당시의 의상과 언론 보도와 같은 내용들을 ‘앙투안’(기욤 까네)의 이벤트 회사에서 최대한 충실히 재현하고, ‘빅토르’는 실제가 아니지만 ‘마치 1974년 5월 16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앙투안’이 하는 일은 의뢰인의 ‘그때 그 시절’을 최대한 실제처럼 재현하고 각종 무대 장치와 연기자 등을 동원해 의뢰인의 요구를 맞춰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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