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마블스’(2023) 리뷰
<더 마블스>(2023)가 보여주는 주요 캐릭터들의 액션 구성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면이 제법 있다. 캐럴과 모니카와 카말라 세 사람이 어떤 설정으로 인해 특정한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서로 위치가 바뀌게 되고 그로 인한 엉뚱하고도 예측하기 어려운 움직임들이 만들어내는, 특히 세 인물이 점차 팀이 되어가며 보여주는 충돌과 협업을 간결하게 담기 위한 장면들은 그 착상과 구현에 일정 부분 점수를 줄 수 있다고 여겨진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미즈 마블](2022)을 감상하지 않았어도 관람에 크게 지장 없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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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캡틴 마블>(2019)에 이은 속편으로서 얼마나 기능하느냐에 그치지 않고 한 편의 작품으로서 본분을 제대로 하느냐에 있을 텐데, <더 마블스> 역시 결국 끝까지 관람하고 나면 후속 페이즈를 염두한 소품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이미 ‘페이즈 3’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의 수가 늘기 시작하면서 이 세계관은 그 외형을 확장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캐릭터를 투입하는 데 몰두해 왔다. 소위 ‘시빌 워’부터 ‘인피니티 사가’ 때까지는 거의 영화를 만들기만 하면 흥행에 성공했고 주목도가 극에 달해 있었다.
명백히 ‘인피니티 사가’의 1세대 주역들 다수가 세계관에서 퇴장하고 난 뒤인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부터 MCU의 상황과 흐름은 많이 달라졌다. 거의 정형화된 혹은 관객들에게 길들여진 ‘수퍼히어로 무비’의 전형과 그 고유한 매력에 부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외연 확장을 지속하는 동안 제작 작품 수 또한 급격하게 늘었고, 적어도 지금까지는 평균적인 제작 품질 면에서 이전과 같다고 하기는 어렵겠다.
캐릭터의 매력과 케미스트리를 각본에 살려내지 못한 채 <더 마블스>는 지극히 짧은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간헐적인 유머와 아이디어로 어수선한 이야기를 힘겹게 끌고 간다. 충실한 동기와 행동으로 캐릭터가 구축되기보다는 설정과 대사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고 일부 등장인물들의 활용 방식도 다소 소모적이다.
그러나 얼마나 서사적으로 잘 구축되어 있느냐와 별개로, 장면을 통해 짐작하거나 헤아릴 수 있는 캡틴 마블과 다르-벤 사이의 관계, 캐럴과 모니카 사이의 관계 등은 (역시 전작들의 잔영에 기대고 있기는 하지만) ‘더 마블스’가 충분히 깊고 입체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여지를 심어주기도 한다. 낮아진 기대감을 반영하듯 <더 마블스>는 국내외 모두에서 비교적 낮은 박스오피스 오프닝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다음 세대의 히어로들이 앞으로 어떻게 활약하고 또 팀이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제작될 MCU 영화들에 달려 있기도 할 것이다.
<더 마블스>(The Marvels, 2023), 니아 다코스타 감독
2023년 11월 8일 (국내) 개봉, 105분, 12세 이상 관람가.
출연: 브리 라슨, 티요나 패리스, 이만 벨라니, 자웨 애쉬튼, 사무엘 L. 잭슨, 게리 루이스, 제노비아 샤로프, 모한 카푸르, 박서준, 다니엘 잉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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