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2023) 리뷰
<서울의 봄>(2023)은 현대 정치사를 기반으로 한 창작물로서 <택시운전사>(2017)나 <남산의 부장들>(2019)과 같은 일련의 한국영화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1979년 12월 12일 있었던 일에 대해서 모르는 관객은 마땅히 없겠지만, <서울의 봄>은 ‘반란’의 성패를 두고 몇 가지 핵심 분기점들을 둘러싼 주요 인물들의 심리전과 진영 간 인물 간 이해관계 등을 첨예하게 다루면서 141분을 밀도 있게 채운다.
이태신(정우성)의 입장에서 전두광(황정민)은 영화의 명백한 메인 빌런의 역할이지만 <서울의 봄>에서 두드러지는 건 ‘전두광’ 자체가 아니라 당시 복잡하고도 급박했던 정치군사적 정세, 그리고 10.26 후 ‘서울의 봄’을 기다리던 분위기, 또한 직업적 사명을 끝까지 다했던 이들과 그렇지 않은 군상들의 대비다. 이는 단순히 반란군과 진압군이라는 이분법에 그치지 않고 인물의 대화와 표정, 군사반란이 본격 전개된 약 9시간 동안의 영화적으로 재구성된 흐름을 보여주는 강력한 연출만으로 충실히 제시된다.
박정희 대통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인물들이 (실제와) 다른 이름을 쓴다는 점, 그리고 어디까지나 ‘실화’ 그 자체가 아니라 (당연하게도) 픽션이 가미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서울의 봄>을 관람하면서 마주하는 체험의 상당 부분은 수 십 년 뒤를 살고 있는 입장에서 어떤 결말을 알기 때문에 가능한 면도 있다. 결국 봄은 그때 오지 않았고 실제로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노골적이지도 자극적이지도 않게 현장을 생생히 재구성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그 목표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서울의 봄>은 극장에서 관람할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정보전의 양상과 양측 진영을 사이에 두고 나타나는 장성들의 행동, 우유부단한 어떤 인물의 뒤늦은 의사결정, 홀로 분투하는 주인공의 우직함 등 여러 면에서 브라이언 싱어의 훌륭한 전쟁 스릴러 <작전명 발키리>(2008)가 겹쳐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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