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이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부산에 며칠씩은 다녀왔다. 대부분은 형이 살았거나 살고 있는 동네에 머물거나 그곳을 거쳤다. 예전 부산외대가 있던 우암동부터 시작해 대연동, 재송동, 반여동 등 제법 아는 동네와 장소, 지역도 많아졌다. 서울의 일상에 지극히 익숙해진 만큼 부산도 많이 드나들었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기분을 들게 하는 건 형의 하는 일이나 사는 곳 등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꼭 지난 주말처럼.
@on_tennis_lab
글을 쓰는 일은 오직 혼자서만 하면 되고 누가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어서 더러 글쓰기가 아닌 세상의 다른 직종과 활동에 갖게 되는 일종의 경외와 존경 같은 게 있다. 물리적으로 뭔가가 더 필요하거나 때로는 혼자가 아닌 여럿의 협업으로만 가능해지는 일들 말이다. 그게 좋아하는 대상과 분야라 해도 결코 쉽지 않으니까, 좋아하는 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좋아하기'란 계속하지 않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니까.
형이 몇 년 동안 테니스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거기서 소중한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그런 과정들을 멀고 가까이 에서 제법 지켜보아 왔다. 몇 달 전에는 'Global Racket Stringer Association'이라는 곳에서 어떤 '증'을 받았다고 보여주더니 이번에는 테니스 용품 숍을 열어버린 우리 형. 그 역시 지금까지와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방식으로 좋아하는 것을 열렬히 행하는 중이다. 영화식으로 따져 말하자면 정성일 평론가가 폭넓게 변용하여 소개한 트뤼포의 문장처럼 "테니스용품을 직접 만들거나 거기 참여하는" 혹은 "테니스 용품들의 종류나 이름을 더 세세히 기억하는" 일.
온테니스랩. 테니스 라켓의 스트링을 팽팽하게 당기는 일은 공장이나 기계 따위로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직접 하는 거라고 한다. 스트링도 소재나 굵기가 제각각이고 평소 플레이 스타일 등에 따라서도 달리 선택한다고 한다. 상호명을 따 마치 연구소 내지 실험실 콘셉트로 만들어진 이런저런 장식들을 보면서 어떤 분야에 몰입하는 건 정말로 랩에서 행하는 연구 내지 실험과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포기할 수 없어서 사랑하는 일이 되었고, 사랑하는 일을 포기할 수 없어서 이제는 그 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한다"(*)는 오수영 작가의 말을 생각했다. 무엇이든 변화와 시작은 어렵고 그만큼 지속 역시 간단하지 않다. 준비와 정성만큼 부산 지역의 테니스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어쩐지 주말을 할애해 부산에 다녀오는 길이 고되지 않았고, 가족들과 보내는 여느 주말에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이 깃들어 있는 것이 좋았다. 이 여정이 꽤 오래 이어질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2024.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