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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r 03. 2024

관객의 취향의 기록

봉천동, 그리고 행운동 ‘관객의취향’에서

사진첩을 뒤져가며 확인한 ‘관객의취향 첫 방문일’은 2018년 7월 19일로 되어 있다. 가볼 일 없던 봉천동 현대시장입구에, 2층에 있고 책, 커피, 맥주, 와인을 판매하며 매일 영화를 상영한다고 쓰여 있는 책방의 존재. 그 해에 알던 지인이 “영화 책방이 있다”라며 추천해 준 곳이었다. 손님이 나 밖에 없었던가 아니면 한 명 있었던가. 조용히 음악이 흘러나오는 2층 곳곳을 훑다 커피와 ‘하울 정식’을 시켰다.


2018년 7월 19일 ‘관객의취향’에서


다음날에는 당시 신촌에 있던 위트앤시니컬에서 이성복 시인의 강의를 들었다. 그때는 이직이 잘 되지 않아 (자주 표현하고는 하는) ‘프리랜서처럼 보이는 백수’ 생활을 하던 시기라 시간이 많았다. 그 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좋은 영화들을 만났고 서점에도 많이 갔고 낭독회나 북토크 등에도 자주 갔다. 그 후 관객의취향에도 계속 걸음 했다.


https://brunch.co.kr/@cosmos-j/893

(2019년 10월의 ‘써서 보는 영화’ 공지 글)


몇 번 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장님과도 여러 이야기를 하게 됐다. 글쓰기 모임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사장님의 제안 덕분에 [써서 보는 영화]라는 이름으로 2018년 9월 처음 ‘영화 모임’이 아닌 종류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글쓰기 강의의 발단이다. 매주 두 시간씩 4주간, 그리고 3년 가까이 계속했던 [써서 보는 영화] 덕에 그 뒤 나는 관객의취향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제법 여러 번 글쓰기 강의를 할 수 있었다. 원데이클래스를 한다든지 상황과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그 내용의 상당 부분은 [써서 보는 영화] 강의안을 만들고 거기에 덧입히고 수정해 가면서 생각했던 것들 덕에 가능했다.


2018년 11월과 12월의 ‘관객의취향’에서

https://www.instagram.com/p/Cp5DWfYvpiO/


‘영화 글’을 2013년부터 썼으니 내 글쓰기 이력의 절반은 관객의취향과 함께였다고 말해볼 수 있다. ‘단골’이라 하기 조금은 쑥스러울 만큼 자주는 방문하지 못한 시기도 있지만 좋아하는 공간 하나가 (지금은) 사라지는 건 그럼에도 달리 표현할 길 없는 아쉬운 일이다. 다행히 2024년 2월에는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사러 몇 번 걸음 할 수 있었다. 관객의취향 덕분에 살롱드북이라든지 서울대입구 주변의 다른 곳들도 찾아 걸음 하게 되었으므로 글쓰기 이력만이 아니라 일상 여러 부분에도 공간 하나가 주는 시간을 넘어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어디서든 취향의 기록이 모습을 바꿔가더라고 계속되기를 생각하면서 3월의 첫 주말을 보낸다. (2024.03.03.)


2024년 2월 중순의 ‘관객의취향’에서

https://yourtastefilm.co.kr/46/?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7616862&t=board



*인스타그램: @cosmos__j

*모임/강의 등 공지사항: linktr.ee/cosmos__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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