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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Aug 14. 2023

'이것'을 내 마음이라고 "하자"

황인찬 시인의 북토크에 다녀와서


'그것은 여름 내내 여러 마음이 엇갈리고, 지구의 위기까진 아니어도 마을의 위기쯤은 되는 사건을 해결한 뒤의 일// 아이들이 하나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는/ 이 장면은// 불안하고 섬세한 영혼의 아이들이 모험을 마치고 일상을 회복하였으며, 앞으로도 크고 작은 모험을 통해 작은 성장을 거듭해나갈 것임을 암시하는// 그런 여름의 대단원이다'

-황인찬, 「재생력」 부분, 『사랑을 위한 되풀이』에서, 창비, 2019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그런 것들에 떠밀려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평범한 주말의 오후'

-황인찬, 「퇴적해안」 부분,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에서, 문학동네, 2023


7월 29일, 경기서적 수원행궁점에서

시를 읽고, 듣고, 이야기하는 이런 시간이 가진 소중함의 어떤 면은 오직 현장에서만 발견되고 경험되기도 한다. 이야기 중에 일대가 정전이 된다거나, 낭독 중 지진 알림 재난 문자로 흐름이 잠시 끊기거나 하는 일의 현장성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시인의 육성으로 전해지는 '시 쓰기'와 시의 존재에 대한 것. 시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끊임없이 불필요할 정도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유형화, 계량화, 단순화하는 것들(MBTI, 퍼스널 컬러 등)로 넘쳐나는 사회에서 문학은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 자체로 별다른 힘을 지니지 못한다. 그러나 (오늘은) '이것'을 "내 마음이라고 하자"라는 선언적이고 청유적인 발화가 단지 시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넘어 문자 언어를 통해 생각과 감정을 독자적으로 표현해 내기 위한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시집을 덮고 나서도 이야기의 형태로 이어지고 지속될 때, 비슷한 경험과 공감대를 공유할 수 있는 '우리'는 서로의 고유한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더 많은 발견을 시작할 수 있다.


마음산책북클럽에서 한 번, 그리고 경기서적 수원행궁점에서 또 한 번, 칠월에만 황인찬 시인을 두 번 뵈었다. 김혜순, 김선오, 조해주, 이런 시인들의 이름을 되뇌며 소중한 사람과 행궁 주변의 풍경을 담으며 보내는 이 평범한 주말 오후와 저녁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조금씩 나날이 어제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이제 다가올 미래를 향해 더 걸어보기로 한다. 한 걸음씩 걸어 거기 도착하려 한다. (2023.07.29.)


'맑은 여름날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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