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진 Aug 01. 2023

아티스트 심규선과 함께 보낸 7월

좋아하는 것을 함께 계속 좋아하는 마음들


7월 8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풀벌레 소리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 내일은 아직 오지 못하리"

-심규선, 「밤의 정원」에서 (『소로 小路』, 2021)

실황은 실제를 그대로 재현하지 못한다. 지나간 경험은 물리적으로 다시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것들은 기억이 된다. 그러나 그것들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추구하고 그들을 개별적 순간이 아니라 선형을 넘어 원형의 시간관처럼 연결할 수 있다면 어떤 경험은 계속된다. 마치 <밤의 정원: Encore>의 실황을 담은 블루레이를 주문한 뒤 극장에서 열린 발매 기념 상영회에서 관람하고 무대인사에서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들은 뒤 밤이 되어 물성이 있는 블루레이를 개봉해 영상을 다시 꺼내어 보는 것처럼.

확실하게 반복되는 것들과 감사하게도 새로 만나는 것들로 하반기의 첫 달을 보내고 있다. 어제도 다가올 계절에 있을 확고한 행복을 만나며 오후와 저녁과 밤을 보냈다. 우리는 좋아하는 것을 함께 더 좋아하는 방식으로 7월에도 평범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자명한 것들을 믿는 마음이 매 일상을 반복되면서도 유일한 실제로 만들어준다. 내일이 다시 오지 못하듯 오늘도 다시 올 수 없으리라고 선언하며 우리는 그날의 음악과 그날의 표정을 생각한다. (2023.07.08.)




7월 15일, '크리스가든 홍대'에서

"그러니까 덕질은 아이돌과 내가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를 따져보며 셈하는 일이 아니다. 특별한 성취 없이도 행복할 수 있는 순수가 아직 내 안에 살아 있음을 반갑게 확인하는 일에 가깝다."

-윤혜은, 『아무튼, 아이돌』, 제철소, 2021, 101쪽


"우리는 종종 예술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말을 듣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은 우리의 도덕 풍경을 조성하고 타인의 삶 내부를 우리 앞에 펼친다. 예술은 가능성을 향한 훈련의 장이다. 그것은 변화의 가능성을 꾸밈없이 드러내고 우리에게 다른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올리비아 랭, 『이상한 날씨』, 이동교 옮김, 어크로스, 2021, 21쪽


좋아하는 것(대상)을 좋아하는 일에는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 중요한 건 마음 자체에 있다. 좋아하는 것(행위)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 나를 사랑하는 능력을 제고하게 되고, 소중한 유무형의 것들을 누군가와 공동으로 향유하고 추구하는 일은 끊임없이 타인을 단순하게 평가하는 사회에서도 자신을 주체적으로 복잡한 취향을 가진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마음'들에 대해 생각했다. (이번엔 있었지만) 흔히 '생일자 없는 생일파티'라 불리는 것을, 돈이 되지도 않고 몇 날 며칠을 고생해야만 하는 일을 지속하는 마음을, 무언가/누군가를 진정 좋아해 본 이라면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덕질'이 그 자체로 일상을 바꿔주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그것의 토양이 되는 문화와 예술과 엔터테인먼트는 내내 겪어보지 않은 이야기들을 눈앞에 펼쳐 놓는다. 내내 음악이 울리고 퍼지는 작은 공간에서 빛나는 얼굴들과 마음들을 만났다. 어쩐지 주말 내내 날씨가 좋다고 생각했다. (2023.07.15.)



*인스타그램: @cosmos__j

*모임/강의 등 공지사항: linktr.ee/cosmos__j

매거진의 이전글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강의로 시작한 12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