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2025) 리뷰
어디까지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라는 걸작과 비견되어야만 하는 운명을 안고 있지만,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2025)에서 스티브 로저스가 이제는 현역이 아니라는 사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보통사람 히어로' 영화에서 중요한 건 샘 윌슨 스스로가 타인과 본인으로부터의 질문(당신은 스티브 로저스를 이을 만한 '캡틴 아메리카'인가?)과 판단(당신은 스티브 로저스가 아니야)에 응답하거나 맞서는 과정 자체다.
의외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꽤 안정감 있게 잘 통제되고 연출된 작품이다. 당연히 MCU 자장 안에 있지만 세계관 내 지난 작품들을 쭉 복습할 필요도 현저히 낮고, '대충'만 알고 있어도 관람에 지장이 없다. 영화의 타이틀인 <Captain America: Brave New World>는 영화가 끝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등장한다. (영화 시작 부분에는 'Brave', 'New', 'World' 부제만 내비친다) '수퍼히어로'가 하나의 장르로 급부상함과 동시에 '00 유니버스'화로 인한 피로감이 밀려올 때쯤 여전히 이 IP가 확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신작이었다.
액션 연출의 속도감과 지상과 공중을 골고루 오가는 다양성도 뛰어나다. 이미 '팔콘' 때부터 샘 윌슨이 잘 보여줬던 것에 더해 방패를 결합하고 설정상 추가된 장비/기술을 곁들여 새로운 버전의 '캡틴 아메리카'를 선보인 시도가 나쁘지 않다. 여기에 대니 라미레즈가 연기한 차세대 팔콘 역시 제 역할을 해낸다. 셀레스티얼 섬이나 백악관 등 공간 구성도 단조롭지 않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스티브 로저스 옆을 달리거나 날아오르며 "On your left"를 외치거나 듣던 그 샘 윌슨을 기억할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주인공이 히어로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 특별한 묘기를 부리지 않는다. 그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리는, 군인 출신 보통 사람의 우직한 활공으로 충분하다. 수퍼솔저 혈청이 아니라 약간의 와칸다 기술과 스티브가 남긴 방패를 곁들여, 샘 윌슨은 영화의 결말로 향하면서 점차 캡틴 아메리카 다운 모습으로 거듭난다. 그는 거의 매 액션 신마다 부상을 당하고 상처 입는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눈앞의 상대가 무엇이든 누구든 다시 일어난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건 "하루종일도 할 수 있어"라고 외치던 예의 그 캡틴을 닮았다.
*중요도가 그리 높지는 않으나, 엔딩 크레딧의 스탭 롤이 모두 지나고 난 뒤 짧은 보너스 영상이 1개 있다.
https://youtu.be/EPdzdAK3YJ8?si=iFVpmN-8H_4n5f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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