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썬더볼츠*'(2025) 리뷰
<썬더볼츠*>(2025)는 이제는 거의 정형화된 '수퍼히어로' 장르의 틀을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깨뜨리는 꽤 신선한 영화였다. 팀-업은 흔히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적에 맞서기 위해 힘을 합치는 방식과 계기로 이루어지지만 날지도 못하는 '썬더볼츠'는 결성(?)부터가 버려지거나 잊히거나 누군가에게 쓸모를 다했던 이들이 소각될 저장소에서 만나 살아남는 과정에서 규합/동거하게 된 이들의 어색한 만남이었다는 점에서 '어벤져스'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이터널스' 등의 다른 팀과는 궤를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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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이야기가 나왔으니, <썬더볼츠*>는 영화 안에서나 밖에서나 이제는 1기 어벤져스가 없는 상태에서 각 인물들이 살아갈/나아갈 방향을 잘 찾았다는 점을 납득하게 한다. 살아갈 방향. 그건 시각적으로나 캐릭터 내면에 있어서나 마찬가지인데 여기서 핵심적인 것은 인물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과거의 상처나 우울감이나 고독감, 작중 키워드로 '공허함(Void)'으로 일컬어지는 그 감정과 상태 자체가 팀-업의 계기가 되기도 하고 어떤 캐릭터의 폭주의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각 인물들이 서로를 헤아리고 보듬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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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내게는 <썬더볼츠*>가 사전정보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다고 느껴진 영화이기도 했다. 대략 어떤 등장인물들이 있는가 하는 정도면 충분하지 세계관과 시리즈 전반에 대한 복습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그보다 이 영화는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인물 각자가 행동에 나서는 당위성을 서사적,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발을 막고 밥을 구하라"는 단순한 출발점에서 시작해 이 오합지졸 루저(작중 표현 그대로) 모임은 전능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지만 단지 어쩌다 보니 서로의 곁을 내어주고 고통을 분담하며 그러다가 문득 누군가를 구하는 한편 무엇보다 스스로를 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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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과거가 시각적으로끝없이 펼쳐지는 끝없는 방들처럼 묘사되는 동안, 그때의 모든 '나'들은 극복되거나 부정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인정하고 온전히 보듬어야 할 정체성이자 역사로 받아들여진다. 마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 식으로 말하자면 "모든 거절과 실망들이 당신을 지금 여기로 이끌었"으니 그걸 부정하고 회피하고 무시하지 않고 스스로의 일부로 포용하는 과정이, 곧 <썬더볼츠*>에서 '썬더볼츠'가 일련의 불협화음을 딛고 마침내 팀이 되어가는 과정과 맞닿는다. 그래서 이 팀의 이름은 어쩌다 보니 옐레나(플로렌스 퓨)가 어릴 때 몸 담았던 유소년 축구팀명에서 따오게 되었을 것이다. 그들이 '새로운 썬더볼츠'가 될지 '새로운 어벤져'즈''가 될지 어떨지는 앞으로 돌아올 다른 영화들에 달려 있겠지만, 모처럼 다음 영화를 기대하면서 극장을 나서게 하는 작품이 등장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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