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2025) 리뷰
아마도 시리즈를 염두에 둔 기획이었을 것 같다. 할리우드식으로 말하자면 <픽셀>(2015)이나 <레디 플레이어 원>(2018), <프리 가이>(2021) 등과 같이 '게임처럼 연출하기' 혹은 그러한 소재 활용의 좋은 사례들도 있고 여러 IP를 오가는 미디어 믹스도 반기는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전지적 독자 시점>(2025) 같은 시도에 크게 거부감은 없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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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적인 주인공이 '시나리오대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직접 써 내려가는 구조를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을 토대로 구현하는 건 잠재력과 확장성이 좋은 소재다. 아마도 문제는 대중 영화로서 관객이 그 세계관과 캐릭터 등에 대한 거리감을 갖지 않도록 호감과 몰입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이 그 세계를 시각적으로 펼쳐내는 일에 비해 인물 각자의 특징/서사와 그들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묘사 및 구축했다고 하기는 쉽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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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티저 같은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웹소설/웹툰과 게임을 구분하지 않고 말하겠다) 상술한 영화들은 원작이 있든 없든 극장 관람에 지장이 없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경우 어니스트 클라인 소설이 담고 있는 방대한 세계관을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압축하는 데 초반 10분을 할애한 덕분이었고, <픽셀>이나 <프리 가이>는 설정과 세계관 자체가 영화가 보여준 것을 넘는 설명을 요하지 않았다. 반면 <전지적 독자 시점>은 아무래도 '전지적'의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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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등장인물들'끼리'만 주고받는 설명들이 너무 전지(全知가 아니라 前知)적이어서 소설의 유일한 완독자인 김독자(안효섭)와 소설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사이에서 오가는 정보와 상황이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전해지지 않는다. 흔히 긴장과 서스펜스가 작중 인물이 모르는 걸 관객이 알 때 나오는 경우가 많다면, 여기서는 반대인 것. 게임의 기본은 몰랐던 것을 시행착오 끝에 파악하며 성장/해결하는 데 있는 반면,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는 인물들만 알고 있는 것을 계속해서 전개시키는 데다 지극히 생활밀착형인 공간(금호역, 충무로역 등)과 괴수들의 모션이 어쩐지 잘 조응하지 않는다. 모 성형외과 병원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도깨비'와 그 방송과 캐릭터의 스폰서 격인 '성좌' 등 많은 것들을 관객은 강제로 소화한 채 이 여정을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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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상영시간을 20~30분 정도 늘려서라도 충분한 설명과 안내를 곁들여 더 풀어쓴 각색/각본을 설정했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조금 더 호의적인 반응들이 많았을 거라고 여겨진다. (여담으로 원작이 있는 작품이 반드시 원작을 그대로 따르는 방향으로 각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는 극장 스크린으로 볼 만한 면이 있기는 했다. 아마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 소재 또는 전술한 '게임처럼 연출'된 작품들에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만 이 기획이 시리즈로 계속된다면 조금 더 보완된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전지적 독자 시점> 영화 정보
감독: 김병우
원작: 네이버시리즈 웹소설<전지적 독자 시점>작가 싱숑
출연: 안효섭, 이민호, 채수빈, 신승호, 나나, 지수, 권은성 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
공동제작: MYM 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더프레젠트컴퍼니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개봉: 2025년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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