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글방 이야기 '활활발발'
"훌륭함과 야비함과 잔인함과 긍휼함과 미추를 동시에 내포한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환멸과 환희, 몸을 지닌 것들에 대한 애틋함과 황홀함과 슬픔, 나무와 강과 화성과 사이보그와 멧돼지와 고래 사이에서 서성이고 헤매고 탄식하는, 너이면서 나, 동일한 질료로 만들어지지만 눈부신 독자성을 지닌 이야기들." (45쪽)
쓰는 사람 스스로도 모른 채 자신을 어디론가 나아가 있게 만드는 글이 있고 그걸 자청해서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보듬어준 공간이 있으며 그들을 언제나 지켜봐 온 시간이 있다. 견고한 벽을 향해 돌진하거나 제 세계를 치열하게 이해하고 의심하고 아예 새로운 우주를 건설해버리기도 한 이들은 위험을 직면하고 용기를 무너뜨리지 않고 제 시대의 불화를 외면하지 않았구나. 그래서 결국은 또렷이 빛이 나고 있었구나. 그들은 쓰고 싶은 글만이 아니라 써야 하는 글도 썼고 밥도 짓고 공부도 했다. 자기만 길러내지 않고 동지를 길렀다.
고문이나 유언을 늘 마주하거나 들으면서 비겁하지 않은 삶을 화두로 품고 시 쓰기를 부끄러워 한 저자가 가진 너른 마음이 글방이라는 시공간의 역사를 성실하고 뜨겁게 따라가고 복기한다. 우연하고도 찬란하게. 애틋하게 탄식하며. 어깨를 겯는 긍휼의 마음으로. 독자적인 타자들을 존중하고 읽어내면서 또 맹렬하게 조언하는 글방의 분위기가 생생히 전해졌다.
언젠가 내가 더 좋은 어른이 되어 있을 수 있다면 바로 이런 글방을 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나는 저 필명으로 언급된 이들보다 훨씬 치열하지 않게 살아왔고 아직 좋은 작가가 되기에 꽤 멀었다고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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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면 쓰는 손은 오랜 연마를 필요로 한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안 될 글쓰기 따위를 장기간 수련할 수 있는 마음은 '그냥'에 있다. 하야티는 대부분의 일을 '그냥' 한다. '그냥'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마음이다. 의도와 목적이 없는, 바라는 바 없는 마음자리다. 바람은 그냥 불고 파도도 그냥 치고 비도 그냥 내린다. 엄마도 나를 그냥 사랑했다. 그냥 하는 마음은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우주적이다." (227쪽)
"하마는 종종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받아들일 때 걸러 듣기를 해도 좋다고 말하곤 한다. 모든 피드백을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내 글을 나은 방향으로 밀고 나가는 데 필요한 이야기라고 판단되는 피드백을 취사선택해서 받아들이라는 의미란다. 중요한 이야기다. 세상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의 글을 읽는다. 글이란 본시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글쓴이의 의도 따위와는 무관하게 읽힌다. 온전히 작가의 것이라고도, 온전히 독자의 것이라고도 하기 어려운 것을 두고, 때로는 뜨겁게 때로는 차갑게 작가와 독자가 만나고 부딪치고 불꽃이 튀고 번쩍, 새로운 이야기가 포태된다." (240쪽)
"영원히 모든 것에 대해 결말도 쓸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는 결국 어떤 것에 대해서도 쓰지 못할 거예요. (...) 나를 직시하고 해체하는 일은 고통을 수반하게 마련이지만, 이런 수고를 통해 우리는 나를 지어준 타인에 대한 존중과 타인을 짓는 나에 대한 책임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241쪽)
"일주일에 한 번, 한 편의 글의 무게를 기꺼이 함께 견디고 싶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시공간. 그 속에서 냉정하고 차분하게 스스로를 이해하고 다정하고 활발하게 타인을 수용하며 지나간 시간을 딛고 다가올 시간을 창발 중이다. '아름답다'가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임을 증명해내는 이들이 될 터이다."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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