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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Feb 19. 2018

'마블 영화'의 정점은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블랙 팬서>(2018), 라이언 쿠글러

<블랙 팬서> 스틸컷


적어도 영화 속 행동에 있어서는 '티찰라'(채드윅 보스만)보다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가 더 매력적이거나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블랙 팬서'라는 캐릭터의 외연을 잃지 않으면서도 '티찰라'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의 연장선에서 자신의 고민과 성장을 계속한다. 또한 스스로의 능력을 마침내 증명한다. 인상적인 점은 기존 (특히 최근의) MCU 영화들과 달리 세계관에 아주 밀접하게 얽매이지는 않는다는 점인데, (단지 개별 캐릭터를 소개하는 영화여서가 아니라) 이는 '마블 영화'가 아닌 '상업 영화' 자체로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원동력이 된다. (나는 원작 소설을 읽어야만 그를 각색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세계관을 위한 다리를 놓느라 입문자를 막는 벽을 쌓는 방식은 장기적으로는 그 프랜차이즈의 생명력에 불리하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자신을 만들어 온 세계 혹은 정체성 자체가 시험에 놓이게 되는, (이를테면 <아이언맨>이 그랬던 것과 같은) 좋은 위협과 마찰까지 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의 이상적 대안까지 제시한다. 이는 이 작품이 단지 한 세계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오래 뿌리 내려온 '문화'를 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게다가 그 결말은 영화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들의 영향을 충실히 담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후반부 내용 일부가 언급됩니다)


<블랙 팬서> 스틸컷


'시빌 워'에서 '제모'의 목숨을 살리는 선택을 했던 '티찰라'는 자신의 아버지에 얽힌 과거를 마주하고, 세계의 변화 앞에서 기존에 내린 적이 없었던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블랙 팬서>(2018)의 이야기는 사실상 와칸다라는 국가 내부의 이야기이지만, 그들 스스로 더 이상 '와칸다'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는 없게 된 상황을 직시하고 변화를 다짐하는 모습이 탄탄하게 제시된다. 매 작품 그 준수한 만듦새에 매번 감탄하면서도 조금씩 피로감이 누적되어 가던 MCU에, <블랙 팬서>는 이 세계관이 단지 인기 코믹스의 영상화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여전히 동시대의 가치를 꾸준히 반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일정 기간 유효할 것임을 납득하게 만든다. 물론 이 영화가 적어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에 선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굳이 고려하지 않아도 말이다.


<블랙 팬서>의 결말은 '티찰라'가 와칸다의 국정 운영 방향과 국제 정세에 대한 대처 방식을 결정하는 부분까지만 보여준다. 오로지 극영화로서 갈등이 봉합되는 대목까지만 제시할 뿐, 그것으로 인하여 영화 속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는다. ('에릭 킬몽거'의 과거가 담긴 그곳이 다시 등장하는 대목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이지, 종착지 자체가 아니다.) 이는 <블랙 팬서>가 단지 피부색과 성별만 다른 영화가 아니라, 시나리오 작법에 있어서도 생산적 변화와 고민을 거듭했다는 좋은 사례다. 그러니까, <블랙 팬서>는 그저 흔한 마블 프랜차이즈 영화, 혹은 디즈니 배급 영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시도와 시의성으로만 의미를 둘 수 있는 게 아니라, 캐릭터 구성과 갈등 구조에 있어서도 아주 흥미롭다. (★ 8/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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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 국내 메인 포스터

<블랙 팬서>(Black Panther, 2018), 라이언 쿠글러

2018년 2월 14일 (국내) 개봉, 135분, 12세 관람가.


출연: 채드윅 보스만, 마이클 B. 조던, 루피타 뇽, 다나이 구리라, 마틴 프리먼, 안젤라 바셋, 포레스트 휘태커, 레티티아 라이트, 다니엘 칼루야, 앤디 서키스, 존 카니, 윈스턴 듀크 등.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블랙 팬서> 스틸컷

여담:


*시선 강탈 불고기 4,500원, 그린할인마트, GS25, BNK부산은행, ... !

*엔드크레딧 이후의 2개의 영상 모두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벤져스>(2012)부터 <아이언맨 3>(2013),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까지가 개별로 보나 전체로 보나 이 프랜차이즈의 정점이었다고 보았는데, 어쩌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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