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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l 19. 2018

로맨스는 익숙하다고 생각할 때 찾아온, 진짜 이야기

<빅 식>(2017)

미국 시카고에 사는 '쿠마일'(쿠마일 난지아니)은 우버 택시 운전을 하면서, 코미디언 동료들과 함께 큰 무대에서의 성공을 꿈꾸며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파키스탄은 어떤 곳이었어요?"라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흔히 하는 질문에 여러 가지 재치 있는 답을 내놓는 '쿠마일'의 이야기로 영화 <빅 식>(2017)은 시작한다. 양가 부모가 짝지어 준 정략결혼을 많이 하고, 야구 대신 크리켓을 하며, 미국의 인기 TV쇼가 조금 늦게 수입되어 지난 에피소드를 본다는 등 문화적 차이를 유쾌하게 풀어가던 '쿠마일'의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 중, 한 미국인 여성 '에밀리'(조 카잔)가 있다. 둘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영화 <빅 식> 스틸컷

가만, '쿠마일'이란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이름이 '쿠마일 난지아니'라고? 이름에서 이미 누군가는 눈치챘으리라. 영화 <빅 식>은 실제 파키스탄 출신으로 미국에서 배우이자 코미디언으로 활동하고 있는 쿠마일 난지아니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좀 더 정확히는, 쿠마일 난지아니와 그의 아내 에밀리 V. 고든의 사랑 이야기를 기반으로 3년에 걸쳐 두 사람이 함께 시나리오를 썼다. 여기에 다수의 로맨틱 코미디 작품들을 선보여 온 감독이자 제작자 주드 아패토우가 참여하고, 선댄스 영화제에서 이 영화의 극장 배급권을 아마존이 1,200만 달러에 구입해 큰 화제가 되었다. (이 배급권을 두고 아마존과 넷플릭스, 소니 픽처스, 포커스 피처스 등이 경쟁을 벌였다.)


영화 <빅 식>의 실제 주인공 쿠마일 난지아니(우)와 아내 에밀리 V. 고든(좌)


사랑이 허락되지 않은 파키스탄 남자 쿠마일,
결혼에 실패한 전적이 있지만 사랑을 쫓는 미국 여자 에밀리.
우연한 만남이 계속되어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지만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으로 인해 이별을 택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에밀리가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고,
그녀가 잠든 14일 동안 쿠마일의 진짜 사랑이 시작되는데…

(영화 <빅 식>의 국내 시놉시스)



영화 <빅 식> 스틸컷
영화 <빅 식> 스틸컷

영화 초반부터 비교적 순탄하게 시작되는 것처럼 보였던 '쿠마일'과 '에밀리'의 만남은, 그러나 '쿠마일'이 파키스탄 여성을 만나게 하려는 부모 몰래 '에밀리'를 만나고, 또한 '에밀리'의 건강에 이상이 찾아오면서 시련의 시기에 접어든다. 의료진이 '에밀리'의 치료를 위해 그녀를 혼수상태로 만들어야 하게 되면서, '에밀리'와 멀고도 가까운 곳에서 '쿠마일'과, '에밀리'의 부모의 이야기로 영화의 국면은 전환된다.


쉽사리 건드리기는 어려운 민감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빅 식>은 인물들의 문화적 배경에 따른 가치관의 차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일들을 조금도 부담스럽거나 과하지 않은 선에서 유머러스하게 스토리텔링에 녹여낸다. 또한 입원 중인 '에밀리'가 말하자면 '쿠마일'의 곁에 부재한 동안, '쿠마일'과, '에밀리'의 부모인 '테리'(레이 로마노)와 '베스'(홀리 헌터)가 서로 친밀해지는 과정은 이야기의 톤을 유지하면서 결국 관계의 해답을 관계에서 찾아가는 지혜를 발휘한다. 또한 영화에서 펼쳐지는 갈등은 단순한 소동에 그치지 않고 주인공의 내면에 따른 입체적인 국면으로 전개된다.


영화 <빅 식> 스틸컷
영화 <빅 식> 스틸컷
영화 <빅 식> 스틸컷

짧게 말하자면 <빅 식>의 '쿠마일'과 '에밀리'가 겪는 이야기는 단지 문화적 배경이 다른 두 남녀의 현실 로맨스일 뿐 아니라, 그들의 부모 세대에서 자신에게로 이어져 오는, 세대 간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실제 이야기에 기반을 둔다는 점을 굳이 고려하지 않더라도, 타인의 아픔을 진정으로 들여다 보고, 각자가 처해 있을 상황을 온전히 헤아리며 서로의 존재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되는 <빅 식>의 이야기는 로맨틱 코미디는 뻔하다고 여길 관객에게, 아직도 새로운 게 얼마든지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게다가, 자신의 삶과 경험을 직접 영화로 만들어 그 이야기의 주연을 '연기'한 연애담은 어디서든 만나기 쉽지 않다. 그러면서 매력적이다. '쓰는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다. (★ 8/10점.)



영화 <빅 식> 국내 메인 포스터

<빅 식>(The Big Sick, 2017), 마이클 쇼월터

2018년 7월 18일 (국내) 개봉, 120분, 15세 관람가.


출연: 쿠마일 난지아니, 조 카잔, 홀리 헌터, 레이 로마노, 아누팜 커 등.


수입: kth

배급: 리틀빅픽처스


<빅 식> 북미 포스터

*브런치 무비패스 관람(2018.07.12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빅 식> 국내 메인 예고편: (링크)

*제33회 선댄스영화제 프리미어

*제90회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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