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로부터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의 여러 장면 중 기억에 남았던 한 대목은 헤인스 박사(앨리스 로웨)가 스테판(핀 화이트헤드)에게 "과거 이야기를 해볼 것"을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들추어봐야 무엇이 달라지느냐는 스테판에게 헤인스는 그래도 돌아보고 생각하다 보면 달리 느껴지는 게 있고 새롭게 발견하는 게 있지 않겠느냐고 한다. 여기서 스테판, 곧 영화를 보는 '유저'는 그가 손톱을 긁거나 귓불을 만지는 선택을 하고, 또 헤인스 박사에게 죽은 어머니 이야기를 꺼낼지 말지를 선택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스테판이라는 캐릭터 개인의 사연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관객 역시 하지 않았던 선택을 다시 하거나, 엔딩 크레딧을 보기 전에 어떤 장면 하나를 더 보는 등의 행동으로 인해 명목상의 '러닝타임'과는 무관하게 자신만의 시간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IMDB에 따르면 90분으로 시간이 표기되어 있지만 사실 90분이 아닌 것이나 마찬가지겠다. 주위 몇 사람과 이야길 나누다 보니, 어떤 이는 꼬박 4시간을 보았다고도 한다. 선택을 하고 또 하고, 그러고도 모자라 크레딧을 보고 나서 앉은 자리에서 영화를 다시 처음부터 보기도 했겠다. 우리는 늘 지난 시간들을 돌아가 다시 그 자리에 있어보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설혹 결말이 달라지는 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2019.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