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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an 05. 2019

시인이란, 반복되는 일상에 무뎌지지 않는 사람

영화 <패터슨>으로부터

새해의 며칠을 보내면서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패터슨>(2016)을 계속해서 생각한다. '패터슨 시'에서 '패터슨'이라는 지역명이 이마에 적힌 버스를 운전하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은 자신만의 노트에 매일 시를 끼적이는 사람이다. 마치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어른'들처럼 "시집을 몇 권이나 팔았나요?" 같은 질문을 그에게 던질 사람이라면 등단하지도 시집을 출간하지도 않은 '패터슨'이 시인으로 보이지 않겠지만, 매일 시를 쓰는 사람인 이상 '패터슨'은 시인이다. 정해진 노선을 매일 움직이는 버스지만 '패터슨'은 승객들의 시시콜콜한 대화에 귀 기울이고 아내의 말 한마디와 동료의 표정, 매일 수십 번도 더 보았을 거리의 풍경들을 무심하게 넘기지 않는다. 시인의 유전자라는 게 있다면 그건 언제나 내재되어 있는 게 아니라 주변의 사소함에도 예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할 때에만 '발동'한다는 요지의 말을 어느 시인이 한 적 있는데, '패터슨'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무뎌지지 않는 것, 그럴 수 있다면 우리는 시인이다, 모두. (201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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