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터슨>으로부터
김연수 작가가 자신을 '소설가'라 소개하지 않고 "소설 쓰는 김연수입니다"라고 하길 좋아한다는 말을 그의 산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졌으므로, 각자가 모두 이야기꾼이겠다. 시리얼로 아침 식사를 하며 성냥을 유심히 살피던 '패터슨'은 '사랑 시'라고 이름 붙인 시에서 바로 그 오하이오 블루 칩 성냥 이야기로 운을 뗀다. 아내가 쌍둥이가 나오는 꿈 이야기를 한 뒤부터 그의 눈에는 여러 쌍둥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평소에도 우리 주위에 쌍둥이가 어딜 가나 존재하겠지만, 아내의 얘기를 허투루 넘기지 않았기에 출근길과 일상의 시간들에서 쌍둥이들이 더 눈에 띄는 것이다. 바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패터슨 시 출신의 예술가들을 이야기하며, 매일 마시는 맥주, 매일 아침 먹는 시리얼, 그런 것들은 다름 아닌 '패터슨'의 시선에 의해서 요일마다 조금씩 '차이'로 드러난다. 이야기꾼이 된다는 건, 시인이 된다는 건, 일상의 반복 속에서 그 작은 차이들을 바라보고 관찰할 줄 아는 것이겠다. 영화 <패터슨> 역시 '패터슨'이 매일 아침 눈 뜨는 시간이 조금씩 다른 것과, 그와 아내가 잠든 모습이 매일 조금씩 다르다는 걸 관객에게도 은연중 보여준다. <패터슨>은 시를 쓰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기만 한 게 아니라, 시를 쓰듯 작은 차이들에 민감한 영화다. (2019.01.06.)
*글 제목에 사용된 '작은 차이들의 연인'이라는 말은 박준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문학과지성 시인선 519)의 발문에서 신형철 평론가가 쓴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