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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an 07. 2019

지난 삶을 돌아보며 기꺼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의 미소

영화 <미스터 스마일>로부터

<미스터 스마일>(2018)에서 로버트 레드포드는 '포레스트 터커'가 아니라 거의 '로버트 레드포드' 자신을 연기한다. <내일을 향해 쏴라>(1969)처럼 시작하여 자신과 같은 해(1980)에 오스카 상을 수상한 씨씨 스페이식과 함께 출연하고, <체이스>(1966)와 같은 자신의 옛 출연작의 풋티지와, 젊은 시절 자신의 흑백 사진까지 활용한다. 영화가 시작할 때 나오는 'This story, also, is mostly true.'라는 문장에서 포레스트 터커의 실제 이야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한 '여러 캐릭터들'인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은행 털기를 너무 좋아한' 포레스트 터커는 곧 '연기를 사랑한' 로버트 레드포드와 일대일로 대응하는데, 케이시 애플렉과 대니 글로버, 톰 웨이츠 등의 뛰어난 배우들과 함께, <고스트 스토리>(2017)에 이은 데이빗 로워리의 뛰어난 연출과 각본, 대담한 음악 사용까지. 80편의 작품을 연기한 로버트 레드포드의 '젊었던' 미소로 시작해 담담하고 아름다운 웃음으로 마무리되는 영화의 마지막 자막 역시, 이 영화답다. "... and he was smiling." 그는 퇴장한 것이 아니라 그저 웃는 뒷모습 하나를 '선댄스 키드'의 팬들에게 선물로 선사했을 따름이다. 영화를 사랑해온 이들이라면 절로 함께 웃을 수밖에 없는 유려한 작품과 함께. 다만, 역시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번안된 제목도 제법 어울리기는 하지만 원제 <The Old Man and The Gun>을 따라갈 수는 없겠다. 좋은 영화는 배우와 함께 성숙해간다. '쥬얼'과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포레스트'의 표정은, 곧 지난 삶 혹은 연기 인생을 돌아보는 로버트 레드포드 자신의 미소나 마찬가지다. (2019.01.07.)



*어떤 영화의 주인공이 하는 일이 범죄인 것과, 그 영화가 범죄를 대하는 시선은 별개의 문제다. 언제나 소재 자체가 아니라 맥락에 달려 있으며, <미스터 스마일>이 은행 털이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미화' 같은 단어는 여기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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