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블비>로부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대가인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이 맡은 <범블비>는 아주 초심으로 돌아간 영화다. 범블비, 곧 B-127의 외양은 기존보다 친근감 있는 디자인으로 변모했고, 오토봇과 디셉티콘들은 훨씬 더 실사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졌으며, 무엇보다 찰리(헤일리 스테인펠드)와 범블비의 교감은 범블비의 눈을 감거나 깜빡이는 행위를 통해 직관적으로도 전달된다. 한 가지 더. 1980년대 히트곡들을 두루 포개는 선곡은 들리는 음악을 넘어 범블비의 '목소리'로 사용되며 차내 라디오의 주파수를 오가는 바늘 역시 시각적으로 눈에 띈다. 초심이라고 앞에서 언급한 것은 보고 듣는, 즉 관객에게 보이고 들리는 일차적인 것에 집중했다는 의미인데, 최대한 찰리와 범블비의 지난 이야기를 생략하고 두 캐릭터의 지금, 현재에 <범블비>는 단순하면서도 입체적인 공을 들인다. 단지 어느 인기 캐릭터의 기원을 다루는 걸 넘어 서로의 가슴 뭉클한 성장 드라마를 통해서. 반려동물을 연상케 하는, 범블비의 눈을 감는 행위는 영화에서 여러 차례 반복되는데, 모종의 일로 인해 목소리를 잃게 되었지만 자신이 찰리의 마음과 손길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위이기도 할 것이다. 자동차의 백미러에 보이는 사물이 실제로는 더 가까이 있는 것처럼, 마음 역시 보이지는 않고 느낄 수만 있는 것이기에 어쩌면 다른 무엇보다도 가까이 곁에 있는 것이다. <범블비>는 그 마음을 능히 건드리는 작품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살아있다고. 자신의 잠재력을 아직 다 알지 못하는 두 존재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스스로를 뛰어넘는 이야기다.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영화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가치를 일깨우는 문구이기도 하다. (2019.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