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진 Jan 10. 2019

우리는 각자 경험한 만큼 밖에는 알지 못하기에

영화 <그린 북>으로부터

영화 <그린 북>에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토니(비고 모텐슨)와 셜리(마허샬라 알리)가 갖가지 언쟁을 벌이는 대목이 있다. 어떤 일로 인해 셜리의 기분이 좋지 않자 토니가 한다는 말이 "나는 이탈리아인이지만 이탈리아 사람이라서 피자나 스파게티 좋아한다 소리 들어도 기분 하나도 안 나쁘다"는 것이다. 셜리는 여기에 "논점 흐리지 말라"고 답한다. 또 다른 상황. 이번에는 반대의 경우인데, 토니를 향해 셜리가 "나는 평생을 그런 대접받으면서 살았는데 당신은 단 하룻밤도 못 참느냐"고 면박을 준다. 셜리는 흑인이지만 음악가로 성공해 어느 정도 부유한 삶을 살고 있고, 토니는 백인이지만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다. 그렇다면 두 사람 모두 각자의 강약이 있으니 비긴 것인가? 아니다. 세상 많은 일들은 일대일로 대응되거나 '이거 아니면 저거' 식으로 단순화할 수 없다. 토니는 셜리의 삶을 살지 않기 때문에 그가 겪는 아픔을 절대 알지 못하고, 셜리 역시 토니가 가진 나름의 고충을 다 알지 못한다. 두 사람이 서로의 차이를 조금씩 이해해나가고 벽을 허물어갈 수 있게 되는 계기는 무엇보다 두 사람이 함께이게 되는 <그린 북>의 여정 자체에 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김연수) 사람은 혼자만의 세상에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확인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아니라, 경험하는 만큼만 아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2019.01.09.)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