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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an 13. 2019

소설 속 세계관을 영화가 함축하는 좋은 용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으로부터

어제의 일기를 쓰며 생각난 김에,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블루레이를 다시 꺼냈다. 특히 영화의 타이틀이 나오기 직전까지, 10여분 남짓의 오프닝은 소설이 아닌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시청각적 경험을 아주 잘 보여주는 예라고 느꼈다. 소설에서는 '오아시스'(OASIS)라는 가상현실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과, 주인공을 비롯한 하층의 사람들이 '트레일러 빈민촌'에 살 수밖에 없게 된 배경이 상세하게 서술된다. 영화에서 그걸 똑같이 따르려 했다면 텍스트를 읽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소설에서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세계관 묘사를 영화에서는 (마치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2017) 속 사후 세계의 비주얼을 연상케 하는) 위태롭게 층층이 쌓인 트레일러들의 모습을 원경에서부터 비추기 시작해 주인공 '웨이드'의 시야로까지 좁혀 가는 과정으로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게다가 '오아시스'의 창시에서부터 영화의 현재, 즉 세 개의 이스터에그를 찾아 나서는 모험의 시작까지의 묘사는 너무 경제적이면서도 요점이 담겨 있어 놀라울 지경이다. 2018년 영화 중 나만의 각색상을 꼽자면, 주저 없이 <레디 플레이어 원>을 선정할 것이다. (201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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