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과 <아쿠아맨>으로부터
며칠 전부터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이야길 하면서, 계속해서 2018년의 영화들을 돌이켜 살펴보게 된다. 여러 편의 글을 통해 <쓰리 빌보드>를 사적인 그해의 최고작으로 언급했지만, 엔터테인먼트라는 영화의 기능적 가치를 생각할 때 내게 그보다 더 인상적인 영화는 단연 <레디 플레이어 원>이다. 그 영화가 개봉하기도 훨씬 전에, 예고편과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이름만으로 한껏 설렜던 나는 어니스트 클라인의 원작 소설을 미리 독파했다. 영화 역시 '초월 각색'에 가까울 만큼 황홀했지만, 최근에 본 <아쿠아맨>의 수중 영상을 보면서 <레디 플레이어 원>을 떠올린 건 두 영화 모두 '실제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쿠아맨>은 실제 물속에서의 사람의 움직임을 따르기 위해 수중 촬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수퍼히어로의 영웅적인 움직임과 장르적인 몰입도를 위해 컴퓨터 그래픽의 힘을 적극 활용했다. (수중 액션 신은 물속에서 찍지 않았다.) <레디 플레이어 원> 역시 진짜처럼 보이려 하지 않고 '오아시스'의 세계를 '게임처럼' 만들었다. 햅틱 장갑과 바이저를 쓰고 '오아시스'에 '접속'하는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던)의 모습을 영화가 보여주는 방식은 곧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레디' 상태에서 마침내 게임을 시작하는, 그 순간을 정확히 닮았다. (2019.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