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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an 12. 2019

알폰소 쿠아론의 자전과 T.S. 엘리엇의 시

영화 <로마>로부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마>(2018)에서 자막으로 나오는 마지막 문구는 "Shantih Shantih Shantih"다. 멕시코 말을 알지 못하지만 멕시코 말은 아닐 거라는 느낌이 들었고, 출처가 궁금해 찾아보니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의 마지막 구절이라 한다. 국내에는 황동규 시인의 번역으로 동명의 시집으로 출간돼 있다. 이 시가 20세기를 대표하는 모더니즘 시로 손꼽힌다는 걸 알게 된 것 역시 나중의 일인데, 황동규 시인의 주석에 따르면 저 구절은 "우파니샤드의 형식적인 결어로 쓰이는 산스크리트어 '이해를 초월한 평화'의 뜻."이라고 한다.(민음사, 2004) 이해를 초월한 평화. 마찬가지로 영화 <로마>에 대한 칼럼에서 이 시를 언급한 김혜리 기자 역시 "<로마>의 맺음말이 서구 문명의 폐허를 돌아본 T.S. 엘리엇의 긴 서사시 <황무지>의 마지막 구절인 것은 당연해 보인다."라고 썼다.(씨네21, 1188호) <로마>를 감상하는 데 굳이 엘리엇의 시를 알아야만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모든 영화에서 연출자의 의도 없이 사용되는 영화 언어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샨티 샨티 샨티'에 대해 알게 된 이상, 나는 한동안 <로마>에 대해 생각하면서 엘리엇의 시를 훑을 작정이다. (201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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