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부터
영화 <인 디 에어>(2009)를 보고 생각난 영화 중에는 <터미널>(2004)도 있었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란다'(메릴 스트립)가 '앤디'(앤 해서웨이)의 면접관에게 추천서를 써준 장면을 생각했기 때문인데, 짧고 명료하게 '미란다'는 "그 사람(앤디)을 놓치면 후회할 것"이라 썼다. <인 디 에어>에서 '라이언'(조지 클루니) 역시 '나탈리'(안나 켄드릭)의 면접관에게 같은 일을 한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의 업무 역량을 보여준다는 건 어떤 것일까.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 회사에 오래 근속하는 것? 그것만은 아니리라는 게 <인 디 에어>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면서 하게 되는 생각이다. 맡은 바 직무를 성실히 하는 건 물론이고,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인식의 발견 내지는 영감을 줄 수 있을 만큼의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겠다. 그리하여, 누군가 자신을 일컬어 '그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 건 바보 같은 결정'이라고 대신 말해줄 정도의 사람이 되는 것. 하나 더 생각하면 '미란다'와 함께 일하며 '앤디'에게 조력자가 돼주는 '나이젤'(스탠리 투치)은, 결과만 놓고 보면 <터미널>의 '딕슨'(스탠리 투치)으로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시간을 넘어 이야기는 돌고 돈다. (2019.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