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뉴욕의 연인들>로부터
저녁의 독서모임에 『지금 아니 여기 그곳, 쿠바』를 가져온 이가 있어 이야길 나누던 중 자연스럽게 내 서가에 있는, 같은 책의 뉴욕 편을 떠올렸고 집에 오는 길에는 무엇이든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한 편 꺼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제가 'New Year's Eve'인 <뉴욕의 연인들>(2011, 국내 미개봉)은 여러 위치와 환경에서 제각기 다른 새해를 맞이하는 이들의 저마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그린다. 새해 전야를 맞아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의 풍경을 언급하는 내레이션에서 <러브 액츄얼리>(2003)를 떠올리게 만드는데, <뉴욕의 연인들> 역시 전부 열거하기 힘들 만큼 반갑고 익숙한 얼굴들이 보는 즐거움을 풍성하게 한다. 얄팍하고도 익숙한 구조와 전개를 벗어나지 않지만 어쩐지 마음을 조금 들뜨게 하는 위로를 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뉴욕에 다시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조금씩 더 자주 하게 되는 지금, 단지 넷플릭스에서 '뉴욕'을 검색하다 만난 영화의 존재가 내게 미소를 준다. 달콤한 희망이라는 것이 어쩌면 영화에만 있는 것일지도 모르고 영화를 보기 전과 후의 이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크고 불확실한 행복에도 한 번쯤 기대어 보고 싶다. (2019.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