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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Feb 22. 2019

투박하고 서툰 한글에 담아낸, 진한 삶의 소박한 기록들

영화 <칠곡 가시나들>로부터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은 사회비판적이거나 풍자적인 화두를 적극적으로 담은 감독의 이전 다큐멘터리들과 달리 전적으로 소박하고 탈도시적이다. 뒤늦게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이 짧게 시를 쓰고, (손)자녀의 편지를 읽는 등의 과정을 카메라에 담으며 어설픈 맞춤법이나 투박한 방언 등으로부터 비롯하는 자연스러운 유머 역시 놓치지 않는다. 100분의 상영시간은 그 자체는 짧지만 영화의 중반 이후에는 비슷한 얼개가 반복되는 탓에 분량과 완급 조절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작 중 이야기를 빌리자면 '소잡은' 세상에서 '천지삐까리'에 있으나 '개갑지' 않은 저마다의 시와 삶에 관한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칠곡 가시나들>은 그러나 자신이 담고 있는 인물들의 일상을 고루 놓치지 않으면서 여러 편의 시를 적소에 배치해 '보는 즐거움'을 구축한다. 다만 영화 서두에 나오는 자막의 내용은 그 필요성 면에서 다소 의아한데, '1938년 조선총독부가 학교에서의 한글 교육을 금지하고 일본어 사용을 강제했다'는 내용은 그 자체로 현대사의 일반적인 기록의 하나일 뿐, 영화에서 중요한 정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 내용을 굳이 쓰려했다면 가령 몇 세 이상 인구 중 한글을 알지 못하는 이의 비율(추산) 등 한두 문장이 더 따라야 했을 것이다. 이후 이어지는 오프닝의 풍경과 타이틀 시퀀스와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 (201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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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잡다'는 복잡하다는 뜻, '개갑다'는 가볍다는 뜻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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