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500일의 썸머>(2009)로부터
이를테면 브루스 스프링스턴을 모르면서 'Born To Run'을 좋아하는 척해서는, 상대가 내 운명이어야만 한다고 확신하고 그 사람을 자신에게 끼워 맞추려 해서는, 그래서는 사랑이란 게 정말로 사랑이 되기 어렵다. 내 곁을 머물던 한 사람이 나를 떠나갔을 때, 그 사람을 상실했다는 사실은 내가 알고 믿는 태도와 가치를 뒤흔들 만큼의 사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It just wasn't me that you were right about."이라는 상대의 말을 진정 이해할 수 있게 될 때, 노래가 흐르고 계절이 지나듯 다시 한번 앞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더 스미스를 좋아한다는 '썸머'의 말을 처음 알아듣지 못했던 것처럼 '톰'은 면접 보러 오신 거냐는 '어텀'의 말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했지만. <500일의 썸머>(2009)는 스스로를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하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뛰어난 사랑 영화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에게서나 들을 수 없는 이야기다. (201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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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가 너의 반쪽이 아니었던 거야."
-썸머, 톰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