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쓸 수 있는 데까지 쓴다는 것
영화 리뷰 쓰기에 관한 클래스를 하면서 매시간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는, 글은 '완벽히' 완성되는 게 아니라 '쓸 수 있는 데까지' 써내는 것에 가깝다는 점이다. "작품을 완성할 수는 없다. 단지 어느 시점에서 포기하는 것뿐이다."라는 폴 발레리의 말을 인용한다. 머리와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생각과 감정은, 생각과 감정 자체이지 그것이 언어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문자 언어로 표현된 글은 내가 느낀 내 의도를 완벽하고 정확하게, 그대로 옮겨낼 수는 없다. 다만, 가능하면 그것을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더 좋은 단어와 문장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에서 글쓰기의 의의가 발견될 따름이다. 어차피 완벽한 글을 쓸 수는 없을 테니 써봐야 의미 없는 것이 되는 게 아니라, 세계의 현상을 그 흐름과 맥락을 통해서 진정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듯 글쓰기 역시 결과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시작과 끝을 모두 경험하면서, 우리의 글은 보이지 않지만 나날이 조금씩, 발전한다. (2019.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