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덤보>(2019)로부터
<덤보>(2019)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에 이은 팀 버튼 감독의 또 한 편의 디즈니 영화 연출작이다. '디즈니 라이브 액션 프로젝트'의 최근작들을 떠올리자면 이를테면 <미녀와 야수>(2017) 같은 경우에 비하면 <덤보>는 서사의 상당 부분이 원작을 벗어난 창작에 가까움에도,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겨놓은 것을 뛰어넘는 감흥을 선사하지는 못한다. 다름을 포용하고 종을 초월해 착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다소 직접적이고 쉬운 방식으로 풀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가치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디즈니 영화들은 아직도 내가 잘 모르는 경험들을 알려주곤 한다. 추상적인 방식으로 삶에 대해 배워가는 방법인 것 같다."라는 팀 버튼 감독의 말은 <덤보> 뿐 아니라 많은 디즈니 작품들에 적용 가능한 이야기로 다가오는데, 특히 유년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오늘날의 경험은 과거를 현재로 재소환하는 것, 그리고 그 자체만으로 오랜 시간을 연결하는 힘을 만든다. 어쩌면 처음이라고 생각한 경험이 이미 과거에 한 번 존재했던 것인지도 모를 테니까. '덤보'가 오래도록 떨어져 있었던 '미스 점보'를 기억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2019.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