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걸캅스>(2019)로부터
<걸캅스>의 시작은 주인공 '미영'(라미란)이 형사라는 점에 있지 않고 출산과 육아로 인한 그의 경력 단절에 있다. 수년의 시간이 지나 강력반이 아니라 민원실에서 근무하는 그가 집에 있는 남편의 전화를 받으면서 출근하는 신은, 그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를 상기시키면서도 동시에 현재의 '미영'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갓 막내를 벗어난 강력반 형사 '지혜'(이성경)가 사고를 치고 민원실로 좌천되는 과정 역시 그 이면에는 동료 (남성) 형사들의 태만함과 실적 지상주의가 깔려 있다. 과거 '여성형사기동대'가 한창 운영되던 시기, 범인을 때려눕히고 또 다른 현장으로 달리는 '미영'을 보며 어린 '지혜'가 "여자도 형사가 있구나"라고 중얼거리는 대목은 현재 민원실에서도 퇴직 위기에 내몰린 '미영'의 모습과, 형사가 된 '지혜' 자신의 모습과 대비된다. <걸캅스>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유리천장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2019.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