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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Oct 13. 2019

화장실 이용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물 부족 사회

더 폼(The POM) 뮤지컬 <유린 타운> 관람기

0. 아마추어리즘으로 발현되는 예술 역시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영화로 따지자면 짐 자무쉬의 <패터슨>(2016)이 말하는 예술이 바로 그런 종류인데, 나름의 정의를 해보자면 '평일의 예술에 관하여'(김혜리, 씨네21) 가볍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매일의 일상을 중요시하고, 직업으로서의 예술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의 즐거움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 이는 단순히 '아마추어'라고는 정의할 수 없는 에너지로 가득한 화합물을 만든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 취미'인 다른 사람들과 함께라면.

그런 의미에서 극단 '더 폼'(The POM)에서 만든 여러 공연들 중 <올 슉 업>과 <렌트>, 그리고 <유린 타운>을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소중한 경험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세 편의 공연은 각각 헨리에타, 미미, 리틀 벡키 투 슈즈 & 미세스 밀레니엄 역을 맡은 분과 인스타그램으로 즐거운 연이 닿았기에 만날 수 있었다.

1.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는 <유린 타운>(Urine Town)은 제목처럼 물이 부족해진 세상에서 화장실을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없게 된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물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공중화장실 이용을 유료화하여 독점하는 회사가 등장하고, 사람들은 가장 생리적이고도 기본적인 욕구마저 통제당하는 '참을 수 없는' 생활을 참고 감내해야 한다.

<유린 타운>이 단순히 대중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에 맞선 봉기와 그 안에서 생겨나는 사랑과 인간애를 그리기만 하는 작품이었다면 지금 같은 뛰어난 이야기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시대의 관객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물이 희소한 자원이 된 세상이라면, 과연 화장실 이용을 통제하는 회사의 압제를 타도하면 그 자체로 이상적이고 행복한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물의 양을 관리할 수 있어도 사람들의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는 그대로 두어도 되는가?

2. <유린 타운>은 소녀와 해설자, 마을 사람들, 화장실 이용을 통제하는 회사의 임원과 중간관리자 등 다양한 캐릭터를 배치하면서 해설자의 역할을 적극 활용해 단순한 헤피엔딩과 새드엔딩 같은 단어로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설명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1부와 2부로 나눈 이야기의 전반은 기본적 욕구의 보장을 외치며 일어서는 사람들의 규합을 다룬다면, 후반은 개인의 욕구와 사회의 안정 사이에서 무엇을 택해야 할지 관객에게 질문을 남기는 결말로 향해간다. '물 부족'을 체감하지 못하는 적어도 지금의 우리는 작중 인물들의 입장에 온전히 공감할 수는 없을지라도 알맞게 배치된 유머와 쓰디쓴 사회풍자 속에서 저마다의 질문을 품은 채 극장을 나서게 된다. '오줌 마을'이라고 불결하고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여기는 순간, 이미 그러한 마을 안에 들어서 있는지도 모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유린 타운>이 무대에 오를 당시, 작품의 이름 때문에 극장 대관이 어려웠는데 한 극장 관계자가 제목을 'Urine Town'이 아닌 'You're in Town'으로 오인해 무대에 공연을 올릴 수 있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3. 그러니까, 어떤 이야기가 해피엔딩을 꿈꿀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끊임없이 우리를 찝찝하게 만드는데 이 세상에는 이런 이야기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2019.10.13.)



*10월 13일, 성수아트홀. (<올 슉 업>을 관람했던 장소와 같은 곳이기도 하다.) 더 폼의 이번 <유린 타운> 총 6회 공연 중 마지막 회차였다. 누적된 공연 속에서도 에너지를 잃지 않고 즐거움을 선사한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게 박수를. 좋은 공연은 커튼콜 후에도 끝나지 않는다.




진행/모집 중인 영화와 책 관련 모임 정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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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3회의 영화모임, <비밀영화탐독>(링크)


그리고, 곧 공지하게 될 브런치X신세계 브랜드 콜라보레이션(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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